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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당신 인생의 이야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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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하나 뿐인 마음 2020. 3. 19. 15:09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엘리

SF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해 나는 그간 얼마나 무지했었나. 우연히 SF에 발을 들여 놓았고, 요즘 빠져나가지를 못하고 있다(아니, 싫은 것이다). 작품 모두 갈 수 있는 데까지 뻗어가 보는 이야기들이었다. 누구나 고민했을 주제들을, 누구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누구도 가보지 못한 데까지... 라고 감히 말하고 싶을 정도로 놀라웠고.

 

요즘 내가 사는 세상도 한 편의 SF소설 같다. 생각지도 못한 바이러스가 수많은 사람들을 순식간에 감염시켰고 무시무시한 증상을 일으키고 죽음에까지 이어지는 이 병의 감염 경로는 사실 너무나 평범하고 간단해서, 사람들 사는 방식을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어디, 사는 방식 뿐인가.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도 조금씩 터득하며 서로를 다독여가는 사람들이 더 안전하게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의 정책이나 기업들의 공익 활동도 많이 바뀌고 있다. 국민보다 더 못나고 모자라보이는 정치인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여전히 잘못된 정보까지 동원해서 물어뜯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은 언론들이나 자신들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사람들, 집단들의 이기적 행동으로 '종말이 가까운가' 싶다가도,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도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수백 수천 가지의 방법을 고안해내는 사람들.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에게 감동을 줄 줄 아는 사람들. 격려할 타이밍과 질책할 타이밍을 더 정확히 아는 사람들, 없는 형편에 내어놓은 기부라는 걸 알고서는 되갚아 주는 사람, 썩어가는 강원도의 감자를 사느라 시간 맞춰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들, 간단한데 엄청난 공을 들여야하는 간식 레시피를 공유, 사람만큼 반려 동물들에 대한 여전한 염려, 마스크를 살 줄도 알지만 사지 않을 줄도 아는 사람들, 자신의 연주 영상을 sns에 올려 위로하는 예술가들, 완치된 감사와 기쁨에 머물지 않고 백신 개발을 위해 수시로 자신의 피를 내놓는 사람, 실패와 낙담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분야를 지켜온 수많은 전문가들을 보면 세상이 이렇게 마무리되진 않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알려야 하며, 무엇에 입을 다물어 주고, 무엇에 목소리를 모아야 하고, 무엇을 재촉해야 하고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지도 조금씩 알게 된 우리들. SF소설이 단순한 기이한 이야기가 아니듯, 우리 역시 각자의 스토리를 아름답게 완성해가면서 우리의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마치, 이 책의 수많은 사람들처럼.


"우리는 하늘로 가는 길가에 살고 있다네. 우리가 여기서 하난 모든 일은 그 길을 연장시키기 위한 거지. 우리가 이 탑을 떠날 때면 위로 가는 경사로를 오르지.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을 거야. -바빌론의 탑-"

"나로 하여금 선택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은 내가 미래를 아는 것 또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와는 반대로 미래를 아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행위를 포함해서, 나는 결코 그 미래에 반하는 행동응 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아는 사람들은 미래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 -네 인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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