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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가끔 이럴 때가 있다 본문
2011.6.16.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이거 지금 내가 하는 거 아닌데...싶은.
수녀원 성당에서 대축일 시편성가 솔로를 할 때,
내 목소리이긴 하지만 더 이상 내가 부르는 게 아니구나 싶어
노래하면서도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때.
강의를 할 때 준비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술술 제때 흘러나와
아, 지금 필요한 게 뭔지 아시는 분이 나를 쓰시는구나 싶을 때.
특히 면담할 때
생각지도 못한 말들이 내담자 뿐만 아니라 나의 마음까지 흔들고 촉촉히 젖어들게 만들 때...말이다.
이럴 때 난 내가 누구의 사람인지를 확인하곤 한다.
그리고 감사한다.
턱없이 부족한 내게 주어진 이 값진 삶에, 그리고 내 삶의 주인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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