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깊이에의 강요

Saint Barbara Old Mission 본문

하루하루 부르심따라

Saint Barbara Old Mission

하나 뿐인 마음 2014. 8. 29. 07:05

원장 수녀님이 오신 기념으로 가족 나들이들 나갔다.  수녀들 답게 장소는 Saint Barbara Old Mission으로...


Capistrano와는 달리 좀 아담하고 소박해보였다. 바닥에는 언젠가 어느 artist의 작품이 그려져 있었다는데 지금은 저렇게 바닥에 흔적만 조금 남아 있다. 그게 무엇이든 낡고 희미해지고 소멸해간다는 사실이 시작부터 조금 서글프게 여겨졌는데 들어가보니 동영상 자료로는 잘 남아 있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것.



긴 복도. 어디를 가든 긴 복도는 침묵과 닿아 있는듯 보인다. 긴 복도의 끝에 닿으려면 거리가 좁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이 깊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한다.



어딜 가더라도 조용히 각자 걸어가는 게 습관이 된 우리. 뒤따라 가면 늘 느끼지만, 함께 가면서도 홀로 간다, 우리는.



햇살도 너무 강하고 정원이 그리 넓지도 않아 장미 사이로 정원을 내다보기만 했다. 어딜 가든 한가운데는 연못이.



화분이 옹기종기


이름 모를 꽃.



정원 한구석에 계신 예수 성심상. 내 심장을 봐라 하시는 중.



올라가볼 수 없었던 다락방. 너머의 눈부신 하늘.



생각하는 로뎅 천사? ㅎㅎㅎ



미션 안에 있는 무덤들 중 하나. 가족묘인듯. cemetery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무덤 모두가 제각각. 



입구의 세라 신부님. 인상 깊었던 것은 세라 신부님을 비롯하여 선교사들이 와서 인디언들과 있었던 REVOLT에 대해서도 잘 정리해놓은 것. 



우리 수녀님....



수도자들의 무덤. 깔끔한 납골당. 같은 수도복 입고 살다가 묻혔으니 무덤 역시 같은 모양. 입회한 순서에 따라 수도원에서 살다가 묻혀서도 하늘에 입회한 순서대로. 우리도 이렇게 묻혔으면 좋겠다는 얘길 나눴다. 땅 많이 차지하고 눕지 말자며...



어마어마하게 엮어서 자란 나무를 보고 감탄하는 중. cemetery 한가운데 자리한 이 나무는 마치, 우리 삶도 이렇게 서로 설키고 설켜서 자란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엮임을 받아들일 것.



가난하지만 행복해보이는 십자가. 덩그라니 놓인 화분 옆에 소박한 벤치 하나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앉아 있어 방해가 될까봐 찍지 않았다. 이곳도 누군가의 무덤일까 잠시 생각.



작은 성당 구석을 차지한 낡은 피아노. 소리가 날까 한번 열어보려다가 가만히 뒀다. 작은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흔들까 싶어. 아주 오랫동안 기도소리와 함께 노래했을, 이제는 묵묵히 침묵하는... 보얗게 내려앉은 먼지마저도 고요함.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