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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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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끝이 시작이다

하나 뿐인 마음 2014. 1. 6. 07:31


문재인 지음. 바다출판사.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까지도 모두 껴안는 것. 선거의 승자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분열된 국민의 일체감을 회복해 국민 통합을 이루지 못하면, 성공적인 국정 수행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이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 걸까. 처음으로 다녔던 직장에서 철없던 내가 가졌던 의문, '이런 게 사회생활이라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낫지 않을까?'가 다시 생각났다. 이상과 가치 만으로는 사회 생활을 다 살아내지 못했다. 부조리해 보이는 현실 안에서 버틸 줄도 알아야 했고, 넘지 말아야할 달콤한 유혹 앞에서 눈 질끈 감고 모른척 하기보다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이 악물고 내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그런데 불의한 것은 만지지 않는 것에 더해 보지도 않으려했던 나는… 그렇게 첫 번째 사회 생활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신앙 생활도, 직장 생활도 점차 넓어지고 다양해지면서 나는 타협하지 않으면서 너와 나를 지키는 법을 터득해야했다. 그것은 수녀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에덴 동산의 생명나무처럼 애초부터 없어야 되는 것으로 취급하며 모든 탓을 미루며 '애초'를 핑계댈 것이 아니라 한가운데 두고서도 흔들림 없이 스쳐지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고 무심해져야 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이런 일 저런 일, 다 보고 듣고 겪기도 하면서 살아야 했다. 깨끗하고 우아한 것만 보고 들으며 순백을 유지할 요량이면 애초 이 삶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는가 싶을 정도로 '각오'해야할 그 무엇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로서가 아니더라도 그는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선하고 우직한 사람. 젊잖고 겸손한 사람. 그래서 아쉬웠다. 그가 쓴 글이 지난 대선을 뒤돌아보며 나름 자신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책이라서 그런지 특별한 내용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의 사람 됨됨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그가 되풀이했던 말(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다 나의 불찰이요' 와 '다 나의 탓이요'라는 말이 그를 겸손하게는 할 수 있어도 이 나라가 갖은 세파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부여하지는 못하는 게 아닐까 싶어… 아쉬운 마음이 많이 남는다. 유래없을 정도로 부정과 불의로 얼룩진 지난 대선의 결과 또한 우리가 넘어서야 하는 거대하고 험준한 산일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트위터에서 누군가가 한 말. "어떤 직업, 어떤 자리의 '겸손'은 상당히 불온하다. 겸손을 가장한 무책임과 비겁함이랄까." 그의 겸손은 가장된 겸손이 아니겠지만, 그래서 무책임과 비겁함일 리도 없지만, 모든 걸 어깨에 다 짊어진 채로 선두에 서서 마지막까지 힘차게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리뷰는 이렇게 마무리를 하지만, 여전히 그가 참 고맙고 괴물과 싸우면서도 괴물이 되지 않아 주어서 여전히 신뢰가 간다. 그는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만의 길을 걸어 갔으면 좋겠다. 




1219 끝이 시작이다

저자
문재인 지음
출판사
바다출판사 | 2013-12-1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문재인著 [1219, 끝이 시작이다] (언론 보도자료)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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