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랜달 드 세브 지음. 카슨 엘리스 그림. 김지은 옮김. 봄볕. 이것은 한 마리 아기 고양이 이야기가 아닙니다.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귀 기울이고,붙잡아 주고,나눠 주고,무슨 일이냐고 묻고,함께 힘을 모으는 일에 대한 이야기에요.이렇게 되기까지는때때로 시간이 좀 걸린답니다. 맞어,이것은,한 마리 고양이만의 이야기가 아니고,아기 고양이만의 이야기도 아니고,고양만의 이야기도 아니지. 이 이야기를 '한 마리 아기 고양이 이야기'만으로 읽지 않는 마음이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겠지. 그러니 이 이야기는,우리의 눈을, 우리의 마음을, 우리의 삶을 밝히는 이야기지.
키티 크라우더 글, 그림. 나선희 옮김. 책빛. 여우와 포도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나의 이야기이다. (소설 버전으로는 '깊이에의 강요'가 있다.)나는 잘 돌아선다. 항복도 잘하고 미련도 싹둑 잘라낸다. 하지만 사실은,돌아서는 뒷모습을 보고 울어버릴까 봐 먼저 돌아서는 것이고,지는 것도 어렵고 이기는 건 더 어려워 미리 항복하는 것이고,구질구질하고 지질해질까 봐 두려워 눈 딱 감고 미련을 싹둑 잘라내는 것이다.선택에 앞서서도, 선택하고 난 후에도 그것이 진짜 신 포도인지 신 포도이기를 바라는 건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이제는 종종 "나 저거 먹을래!"말하기도 하고, '신 포도일 거야.' 대신 "흥!" 할 줄도 알게 되었다.그래도 이런 그림책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잭이 되어 짐을 따라나선다. 그..
김00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그리고 김00 성심 수녀님께 + 찬미 예수님.지난 12월 28일 순천향대학교 병원에서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신 임00 토마스모어님의 딸 임00 카타리나입니다.슬픔과 경황이 없던 입원 기간 동안, 저희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따뜻한 기도로 큰 위로를 주신 신부님과 수녀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미국에서 달려와 아버지를 간병하며 막막하던 차에, 복도에서 우연히 수녀님을 뵙게 된 것은 저희 가족에게 정말 큰 기적이었습니다. 외부 면회가 어려운 상황이라 안타까워하던 저희의 간절함을 읽어주시고, 바쁘신 와중에도 매일같이 병실을 찾아와 아버지를 위해 기도해 주신 두 분의 정성을 잊지 못합니다.특히 신부님께서 직접 병실에 오셔서 아버님께 병자성사를 집전해 주시고, 임종실에서 마지막 기..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윌북. 언제쯤엔가 꼭 해본 듯한 생각. 언젠가는 꼭 해볼 듯한 생각.처음엔 좀 웃으면서 읽기 시작했는데책이 마치 내 수첩 같아, 일기장 같아, 읽을수록 편안해지고 차분해졌다.동질감에서 나오는 안도랄까. 해보고 싶지만 내가 할 수는 없는 말들이 있다.'저는 커피보다 녹차가 참 좋더라고요. 특히 00의 깊은 풍미가....''저는 머리를 쓰는 일보다 몸을 쓰는 일이 더 좋아요. 땀을 흘리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고...''떡볶이를 너무 좋아해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매운 걸 먹고 나면...'나는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다.녹차를 마시면 속이 쓰리고, 저질체력에다 땀을 좀 흘리고 나면 두통에 시달리고, 짜고 매운 음식은 위가 아니라 입술이 거부한다. 특히 이 말은 더..
스테파니 라푸앙트 글. 로제 그림. 양혜진 옮김. 찰리북. 사람은 살면서 모든 것을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이번에 나도 확실히 느꼈다.내가 왜 갑자기 텅 빈 느낌에 사로잡혔는지제대로 설명할 자신이 없다.또 알 수 없는 일이 있다.달에 가까워지는 순간나는 두 눈을 꼭 감았다.(눈을 뜨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아주 가까이서 보니별과 별똥별, 심지어 떠다니는 죽은 별도우열을 가릴 수 없이 모두 아름다웠다.순간, 살짝 어지러웠다.그뿐만이 아니었다.아무런 예고도 없이 고요함이 찾아와 내 곁에 바짝 붙어 앉았다.마치 그곳에서 줄곧 나를 기다려 온 것 같았다.그런 데서 꼼짝없이 아무것도 없는 고요함과 마주한다면누구라도 겁에 질리고 말 것이다.(그곳은 파리의 날갯짓 소리도 들릴 만큼 고요했다.) '어쩔 ..
성해나 지음. 창비. 소설이야 어느 정도는 읽은 사람을 소설의 ‘그 장면’으로 데리고 가는 법이고, 주인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장면 어느 구석에라도 자리하면서 인물들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법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싶었다. 천천히 돌아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맞닥뜨리게 하는 것이 성해나 소설들의 한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툭,뒷면, 뒷모습, 혹은 이면이나 내면을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 역시 내가(사실 소설은 ‘우리가’에 가깝다.) 차곡차곡 만들어 온 민낯이구나 인정하게 하는... 는 모든 면에서 나를 사로잡았는데 하나하나 뜯어서 해석해보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허접한 내 해석은 좀 차치해 두고, 대신 양경언 평론가의 글을 남겨두고 싶다. "아무리 '빛'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
올프 스타르크 지음. 사라 룬드베리 그림. 이유진 옮김. 한겨레아이들 서툴고 실수투성이인 야쿠프. 야쿠프를 간간이 놀리기는 해도 단단히 무시하거나 깔아뭉개는 이들이 없는 동네였다.서툴고 실수투성이어도 착한 마음을 가진 야쿠프가 친절한 동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일까 했는데... 첫번째 반전이 일어났다. “이제 이유를 알아서 그래요. 저, 물건을 하나 살 돈이 필요해요.” 그리고 두번째 반전. “이 정도면 충분한 걸요.제가 어떻게 보일지는 상관이 없어요.잘 보인다는 게 중요하지요.” 마지막 반전. 나는 ‘명중왕 야쿠프’라는 이름을 얻었다.어른이 되면 야쿠프 교수님이 될 거다. 도와주려는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주위에 많은 것도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지만,자신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자기이해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