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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할아버지와 달 본문

스테파니 라푸앙트 글. 로제 그림. 양혜진 옮김. 찰리북.
사람은 살면서 모든 것을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이번에 나도 확실히 느꼈다.
내가 왜 갑자기 텅 빈 느낌에 사로잡혔는지
제대로 설명할 자신이 없다.
또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달에 가까워지는 순간
나는 두 눈을 꼭 감았다.
(눈을 뜨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
아주 가까이서 보니
별과 별똥별, 심지어 떠다니는 죽은 별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이 모두 아름다웠다.
순간, 살짝 어지러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고요함이 찾아와 내 곁에 바짝 붙어 앉았다.
마치 그곳에서 줄곧 나를 기다려 온 것 같았다.
그런 데서 꼼짝없이 아무것도 없는 고요함과 마주한다면
누구라도 겁에 질리고 말 것이다.
(그곳은 파리의 날갯짓 소리도 들릴 만큼 고요했다.)
'어쩔 수 없음' 앞에 다다른 할아버지와 나의 이야기.
떠나고 또 떠나서, 오르고 또 올랐는데 결국 마주하게 되는 '텅 빈 느낌'.
결국 눈까지 꼭 감고 느낄 수밖에 없는 순간.
어쩌면 주인공은 눈을 뜨고 '내가' 목도하려는 순간 영영 도달할 수 없으리라고 판단한 건지도 모른다.
죽은 별마저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이 아름다운 그곳, 살짝 어지러울 만큼 아름다운 그곳을 향해
우리 모두는 저마저의 출발선에서 시작해 제 나름의 속도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곳은 달이 아니라
아름다움에 둘러싸인, 아름다움 자체, 어쩌면 아름다움 '품 속'이 아니겠는가.
진짜 우주 비행사들은 이런 장면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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