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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食性 人間

사탄탱고

하나 뿐인 마음 2025. 11. 15. 00:04

크러스너호르카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알마.

사실 출판사 문제 때문에 이번에는 구입하지는 않기로 하고 대신 도서관에(동생 수녀님한테 부탁함) 희망도서로 신청을 했다. 기다리는 동안 책에 대한 기사나 리뷰를 찾아봤는데 하나같이 어려워서 내가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고, 정말 초반에는 진도가 안 나갔다. 안 되겠다 싶어 4장 즈음부터 마음을 다잡아 등장인물이나 중요 사건 등을 메모해 가며 타이머까지 끌어들여 읽기 시작했고, 내용 때문인지 내 노력 때문인지(어쩌면 반납 기한의 압박 때문인지) 슬슬 속도가 붙었고 이야기 속에 점차 빠져들었다.

이 소설은 5장 <실타래가 풀리다>가 상징적 요약본이 아닐까 싶다. 끝까지 버림받은 에슈티케. 약한 대상에 대한 분풀이. 믿음과 배신(대상이 엉킨다). 헛된 희망. 파괴를 향해 천천히 천천히 결국 가고야 만다. 서로를 오욕하며,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다시 누군가를 찬양하며 말이다. 씁쓸한 부활은 알면서도 속아주는 이들 덕에 체면을 차렸다. 특히 이 부분이 너무 슬펐는데, 적나라한 묵시록 같았기 때문이다. 분명 새 책인데 읽고 나니 너덜너덜한 책이었지.

지금까지 소녀는 패배만이 견딜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승리도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잔인한 싸움에서 부끄러운 점은
그녀가 이겼다는 것이 아니라
질 가능성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이다. 


책이, 소설이 이럴 수도 있구나 싶어 너무 놀라웠다. 내용은 물론 전개 방식, 진행 방향, 표현 방법까지… 그야말로 예술 작품이었다. 절망과 의심, 수치와 욕망이 엉킨 데다 어둠에 세찬 비까지 뿌리는데 아름답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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