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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뿐인 마음 2026. 1. 28. 23:46

김00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그리고 김00 성심 수녀님께

 

+ 찬미 예수님.
지난 12월 28일 순천향대학교 병원에서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신 임00 토마스모어님의 딸 임00 카타리나입니다.
슬픔과 경황이 없던 입원 기간 동안, 저희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따뜻한 기도로 큰 위로를 주신 신부님과 수녀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미국에서 달려와 아버지를 간병하며 막막하던 차에, 복도에서 우연히 수녀님을 뵙게 된 것은 저희 가족에게 정말 큰 기적이었습니다. 외부 면회가 어려운 상황이라 안타까워하던 저희의 간절함을 읽어주시고, 바쁘신 와중에도 매일같이 병실을 찾아와 아버지를 위해 기도해 주신 두 분의 정성을 잊지 못합니다.
특히 신부님께서 직접 병실에 오셔서 아버님께 병자성사를 집전해 주시고, 임종실에서 마지막 기도를 해 주시던 순간은 저희 가족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아버님께서는 주님의 보살핌 속에 고통을 덜고, 마지막까지 평온한 얼굴로 머무르실 수 있었습니다.
주일날이었던, 아버지가 하늘나라 가신 12월 28일, 온 가족이 다 함께 병원 미사에 참례하며 주님께 아버지를 온전히 맡겨드릴 수 있었던 것도 신부님과 수녀님께서 미리 열어주신 길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93세의 긴 여정을 마치고 선종하신 아버님께서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참된 평화를 누리고 계실 거라 믿으며, 저희 가족 또한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지치고 아픈 이들이 가득한 병원 안에서, 매일같이 희망과 빛을 전하시는 두 분의 귀한 사명에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두 분의 영육 간의 건강을 위해 저희 가족도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2026 년 1월
임00 토머스모어님의 딸 임00 카타리나 드림


일사천리. 토마스모어 할아버지의 임종이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빠르게'까지는 아니지만 너무 오래 끌지 않고, 미국에서 자매님이 들어와 있을 수 있는 시간 안에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천천히 눈을 뜨시고 눈을 잠시 마주치시고 다시 당신의 세계로 빠져들곤 하셨다.

할아버지는 성당에 나가지 못하신지 오래되었고 자매님도 미국에 사시니 교적 본당에 아는 사람도 없었는데,

마침 병원 봉사자 분이 위령회장으로 계시는 성당 교적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나서지 않고 성당과 연결해서 연도도 많이 받고 장례미사도 쓸쓸하지 않았다.

 

이 편지는 한달 정도 지난 후 병원 미사에 자매님이 찾아오셔서 주고 가셨다.

이제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병원미사에 와서 미사도 드리고 봉사자들을 비롯한 우리들을 만나는 것이 마무리라 하셨다.

환자를 만나고 임종까지 지켜보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 '마지막'을 나도 걸었고,

또한 그 우연한 과정 안에 얼마나 많은 기도와 은총이 담겨 있는지를 이미 수없이 보고 겪었으니

매번 감사하며 함께 하려고 한다.

'마지막'을 아는 경험이 그때는 너무나 힘든 일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마저도 다 필요한 일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상실도 절망도 깊은 슬픔도 모두 은총이 되는 과정이다, 인생이란 게...

너무나 '미국'임을 외치는 선물은 좀 웃겼다 ㅎㅎㅎ

 

주님, 토마스 모어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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