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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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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령 지음. 마음산책.
언젠가 나도 암흑 속에서 희미한 빛을 좇아 걸어가 본 적이 있다. 어둠이 하도 깊었던 탓이었을까. 막상 빛 앞에서는 눈이 부셔 비록 선명히 볼 수는 없었지만 그 빛이 머나먼 곳에서 분명히, 여기까지, 찬란히 비추고(빛나는 것이 아니라) 있음을 적어도 확인은 했었다. 그리고 평생 그 빛을 따라가고 있다.
책이 주는 희망과 용기가 있다(작가가 주는 걸까?). 한동안 책을 많이 읽지 못하다가 이 책을 선물 받고 힘을 얻어, 다시 책 읽을 시간을 애써 내보고 있다. 고마운 책. 동시대에 이렇게 생각하고 말해주고 같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 역시 큰 위로다. 정은령 선생님만큼 써내지는 못해도 이만큼까지 생각할 줄 알고 또 살아보려고 부단히 애쓸 줄 아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다.
p.16
"목격자가 된다는 것은 도망칠 수 없다는 뜻이다. 무서운 것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아무리 달려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꿈처럼, 나는 내가 목격한 것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다. 침묵을 지키며 보지 않은 척한다 해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해도, 무엇인가를 본 이후는 그 이전과 같지 않다."
p.94
"사랑은 사랑이고 상처는 상처다. 내가 네게 준 상처보다 더 본질적이고 큰 것은 사랑이니,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라고, 상처받은 아이에게 다짐받으려 하는 것은 분풀이를 한 것에 더해 부모가 자기의 잘못을 덮으려는 이중의 강요다. "
p.94
"무서운 건, 만만한 자식에게 엉뚱한 화풀이를 할 때조차도 내가 이렇게 화를 내도 너를 사랑하는 건 변함없는 거야, 라고 내 스스로 믿는다는 것이다. 너를 좀 힘들게 했다고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네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는 목숨이든, 무엇이든 다 던져서라도 너를 지킨다고……
그러니 엄마의 방향 잃은 분노가 그냥 그럴 수도 있는 일로, 넘겨질 수 있을까.
없다."
p.102
"삶의 어떤 곡진한 순간에 있는 사람은 침묵으로라도 말을 한다. 다만 누구라도 들어주었으면 하는 그 간절한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일 뿐. 들으려고 한다면, 풀잎이 스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들으려고 한다면, 침묵도 들을 수 있다. 들으려고 한다면, 차마 말이 되지 못하는 울음도 들을 수 있다.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듣겠다는 뜻이 간절하면, 흘리는 한숨이라 해도 알아들을 수 있다."
p.139 ~ p.140
"끝없는 패배를 피할 수 있는 인간도, 여행자로서만 살아갈 수 있는 인간도 없다. 그러나 ‘끝없는 패배’라는 자명한 결과를 알면서도 싸움을 계속할 것인지, 그곳이 어디였든 인생의 순간순간은 스쳐가는 여행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중 어느 한 곳에 운명을 걸지를 결정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때론 아주 조그마한 진실이라도 다 걸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p.140
"“부조리한 인간이 자신의 고통을 응시할 때 모든 우상들은 침묵한다.” (알베르트 카뮈)"
p.145
"렘브란트가 <63세의 자화상>을 그렸던 것은 그가 63세로 세상을 떠나던 해였다. 살아서 몇 년을 더 산다면 나도 맞을 나이다. 현재에 대한 미화도, 과거에 대한 변명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맞닥뜨려 나는 그 나이를 맞을 수 있을까."
p.145
"‘우리는 다소의 변명과 희망적인 미화 없이 자기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케네스 클라크)"
p.147
"좋은 말로 슬쩍 뭉개고 가거나, 어지간하면 민망해서 시치미 뗄 일도, ‘사실 당신 속이 이런 거 아니오’하고 낱낱이 드러내던 묘사들. 시원하다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해야 할지 그렇게 불편하지만 차마 ‘나는 모른다’고 잡아뗄 수 없는 게 박완서 선생의 소설을 읽을 때의 내 심정이었다."
p.176
"사람은 오직 자신이 마음을 다해 해본 일을 통해서만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니까."
p.179
"너는 상황 논리를 살고 있는 것이니, 아니면 너의 진심을 살고 있는 것이니를 묻는 것 같았던 그 말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었지만, 나는 내가 속한 중력에 충실하고자 했었어. 세상의 아흔아홉 사람이 슬퍼하는데, 나만 행복하거나 기쁠 수는 없다고, 나는 너무나 그렇게 선택받은 사람으로 살아왔다고……. 죄책감 없이 행복이나 충만 같은 단어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p.180
"네가 ‘규범discipline’에 대해 얘기했던 것 기억하니? 난 그 discipline이라는 것이 내가 모국의 중력에 스스로를 묶으려고 하는 나의 규범이라고 생각해. 혼자만 잘 사는 것으로서 행복할 수 없다는……. 어디선가 타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올 때, 귀를 막고 지나가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영혼을 허무는 것이라는 규범 말이야."
p.180
"대단한 일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타인의 고통에서 눈을 돌리려 하지 말아야 하고, 울음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는지를 찾아봐야 하고,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 "
p.181
"다른 이의 고통에 눈물지을 수 있다면 내 고통도 없신여기지 말고 쓰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다른 이의 기쁨이 소중하다면 내 기쁨도 소중하다는 것, 내가 무얼 하든 누군가를 해치는 일이 아니라면 수치스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자는 것."
p.185
"조심하자, 또 조심하자, 내 끝 모를 추악한 욕심이 나를 삼키지 않도록, 그 추한 모습이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앞에서 드러나지 않도록,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내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면서, 내가 나인 것이 무서웠다."
p.186
"내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 안에 있는 생명의 힘. 내게 공허와 어둠만 운명처럼 입력된 것이 아니라, 미약하나 꺼지지 않는 생명의 힘이 있다는 것. 욕망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도 아니고, 그저 생명 그 자체로 내가 어떻게 빚어갈지에 따라 여전히 무정형인 채로 내 안에 있다는 것. 그러니 내가 나를 의심하고 무서워하더라도, 그런 자기부정만큼이나 긍정의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그 생명의 힘은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버릴 수도 없는, 세상의 풀잎이나 벌레나 나무에나 깃들어 있는 것과 같은 것이기에. 모든 생명에 주어진 것이기에. "
p.194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Si vales bene, valeo)
라틴어로 쓰인 이 글귀는 로마인들이 편지를 쓸 때 첫 인사로 사용하던 말이라고 한다. ‘그대가 평안해야 비로소 나도 평안하다’는 로마인들의 인사법에 마치 그런 인사를 건네받은 것처럼 마음이 먹먹해진다. 오늘 스쳐 지나간 당신이 잘 지내는 것은 나의 안녕의 조건이다.
p.218
"“함께 배웠다 하여 끝까지 같은 길을 걷는 것도 아니며 길이 다르다 하여 반드시 다른 목적지에 이르는 것도 아니다.” (다이어후잉)"
p.221 ~ p.222
"<뉴욕타임스>의 서평 기자로 이름을 날리다 은퇴한 미치코 가쿠타니는 저서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에서 양립하는 의견 사이에 균형을 맞추려는 중립적 태도가 터무니없는 주장에 길을 내어주는 거짓 등가성false equivalence을 만들어낸다고 경고한다. “인기 있는 것과 증명 가능한 것의 차이를 흐려서” 의견이 사실로 은근슬쩍 탈바꿈하면 사실이 무엇인지는 모호하게 되고 사람들은 자실 판단에 피로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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