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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고이 묻으란다 본문

하루하루 부르심따라

고이 묻으란다

하나 뿐인 마음 2014. 1. 15. 16:37
가끔씩 아프긴 하지만, 올해는 좀 심하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연달아 끙끙 앓았다. 
이틀씩 방문 밖도 못나가고 기도는 커녕 미사도 못했다.
먹지도 않은 것까지 뱉어낼듯 맹렬히 찾아온 욕지기.
침대에 누워서 한 거라곤 창세기의 요셉과의 조우.
그의 고통, 그의 절망, 그의 잊혀짐, 그의 억울함과 서러움.
오늘까지 계속되는 그의 하느님에 대한 치열한 믿음.


겨우 몸 털고 일어나니 성당 트리를 치워야 하고 
오늘은 휴가를 하고 싶었지만
내가 해야하는 모임을 위해 힘을 내야했다.
그래서 오전에는 묘지를 찾았다.
죽을만치 아팠다해도 이미 묻힌 사람들만큼 아프고 힘들었을까 싶어
묵주 들고 이름 모를 무덤 곁을 천천히 맴돌았다.


오늘이 잔디를 깎는 날인지 내가 걷고 있는 와중에도 몇몇 분들이 잔디깎는 자동차를 타고 이리저리 매끈하게 잔디를 깎고 계셨는데,

막 잔디를 깎는 곳을 지나가면 막 베어진 잔디에서 가공되지 않은 풀 냄새가 훅 끼쳐왔다.

너무 진한 풀냄새.

사람도 막 숨을 거두고 나면 이런 냄새가 날까.

너무 진한 삶의 향기…



한참을 헤매듯 걷다가 우연찮게 도착한 곳은 어린아이들이 묻힌 곳.
성 가정상이 아니라 예수님에 아이들이 주렁주렁 모여 있는 성상이 특이하다 싶었는데, 아이들이 묻힌 곳이었다.
어린 아이부터 만 한 살도 살지 못하고 묻힌 아기들...
예수님 앞에 아이들이 줄지어 묻혀있는 모습을 보니 울컥 눈물이 났다. 
너 지금 뭐하고 있냐. 그 정도로 꺾일거냐.
마음 한 구석에는, 웃고 있다고 해서 안힘든거 아니니 
주님은 알아주셔야 하는거 아닌가 투정도 부릴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바치란다.
줄지어 선 아이들의 무덤처럼, 당신 앞에 바짝 다가와서
잘 정리해서 고이 묻으란다, 부활을 약속하시며…

지금도 눕고 싶고 뻗고 싶고 쉬고 싶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일하시니… 나도 일하련다.

뭐,,,그렇다구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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