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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모래의 여자 본문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모래는 절대로 쉬지 않는다.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지표를 덮고 멸망시킨다. 모래의 불모성은 흔히 말하듯 건조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끊임없는 흐름으로 인해 어떤 생물도 일체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에 있는 것 같았다. 일년 내내 매달려 있기만을 강요하는 현실의 답답함에 비하면 이 얼마나 신선한가. 물론 모래는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정착은 과연 생존에 절대적으로 불가결한 것인가. 정착을 부득불 고집하기 때문에 저 끔찍스런 경쟁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만약 정착을 포기하고 모래의 유동에 몸을 맡긴다면 경쟁도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사막에도 꽃은 피고 벌레와 짐승도 산다. 강한 적응력을 이용하여 경쟁권 밖으로 벗어난 생물들이다.
큰 상을 받은 작품답게 읽는 맛은 덜했지만, 생각할 꺼리는 많았다. 이 소설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름남기기와 존재, 상실 등을 말하던데... 난 만족, 성취, 외로움, 홀로섬, 어리석음 등등을 떠올렸다. 하나만 안다는 것은 모른다는 말과 동일하다더니, 이 남자가 바로 그렇다. 그리고 또한 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200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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