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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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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 contemplativa

진짜 이유

하나 뿐인 마음 2013. 8. 31. 05:51

 

 

뉴욕에서 우리 수녀원으로 휴가를 오신 서울 소속 수녀님. 미국에 있다고 해도 우리들이 휴가라고 해서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삶도 아니고 하니 이렇게 이쪽 수녀원에서 저쪽 수녀원으로 휴가를 떠난다. 이 근처에서 해결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누리는 게 수녀님 휴가 목표 중 하나인데 며칠 전에는 이곳에서 20분 밖에 안걸리는 Universal Studio에 함께 다녀오는 호사를 누렸다.

우리들은 일을 해야하니 쉬는 날이 아니고서는 함께 할 수 없어 어제는 출근 길에 그야말로 10분도 안걸리는 미술관 LACMA(물론 Universal Studio처럼 가깝다 해도 외국에서도 굳이 찾아올 만큼 좋은 곳이긴 하다.)에 데려다 드렸는데, 저녁에 돌아온 수녀님이 하는 말, "오늘 휴관이래요."

 

한국 미술관만 생각하고 당연히 월요일만 휴관이리라 생각하고 미리 검색해볼 생각도 못했던 우리들은 그제서야 너무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는데, 덧붙이시는 말이, "나에게 휴관이라 말해준 분 동생이 많이 아프다고 기도를 부탁했어요. 나 그거 때문에 거기 갔나봐요. 기도가 필요한 사람을 만나러." 그림 보러 가는 게 미술관 가는 이유라고 생각했지만 하느님 섭리 안에서는 우리가 미술관 가는 이유가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귀기울임일 수도 있는 법.

 

그래, 살아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유와 진짜 이유가 다를 때가 많다. 우리 각자는 우리 존재의 이유를 무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하느님의 이유와 우리의 이유는 얼마나 닮은꼴인지...

 

오늘 점심 먹다가 제주도 이야기에서 강 주교님 이야기까지 나왔다. 서울 주교님 감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제주교구장으로 발령나시는 걸 보고서 많은 이들이 속으로, '혹, 너무 바른 소리를 많이 하셔서...?'라는 의문을 품은 것도 사실이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실제로 나는 강주교님 제주교구장 취임 소식을 아주 슬프게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얼마 못가 강정 문제가 불거지고, 많은 사제 수도자들이 수많은 오해와 비난을 무릅쓰고 십자가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강주교님께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기 때문이다. 제주 교구, 강주교님 아니면 어쩔 뻔 했나.

 

인간 눈엔 실수인가 했는데 하느님은 인류의 구원.

인간 눈에 좌천인가 했는데 하느님은 최고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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