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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食性 人間

말하기를 말하기

하나 뿐인 마음 2020. 11. 10. 21:36

 

 

김하나 산문. 콜라주. 

 

출근해서 읽으려고 꺼내둔 책을 맛보기로 잠깐만 읽으려고 했다가 놓지를 못해서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이런 책이 대체 얼마만인지. 평소 마음 속에 늘 품고 있던 생각들이라, 생각을 '터놓고' 싶어서 작정하고 만난 친구와 "이건 정말 이래야 하지 않아?" "우리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 "나는 정말 이렇게 말하고 이렇게 행동하면서 살고 싶어." "난 요즘 정말 이런게 고민이야."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헤어지지 못하고 밤새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랄까. 그만큼 내가 하고 싶었고 듣고 싶었던, 함께 나누어 보고 싶었던 이야기들이었다. 

생각하고 마음 먹은 바를 스스로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고, 타인에게 모범이 된다면 더 좋을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 안에 있는 생각들을 끄집어 냈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도 필요하고 자전거를 잘 타는 방법을 설명해 주는 사람도 필요한데 이 책처럼, 나에게 ‘너도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말하며 함께 달리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나에게 오는 사람은 정말 너무 필요하다. 함께 달리자!

하고 싶은 말이라기 보다 살고 싶은 바를 들려준 작가님께 감사한다. 알면서도 선뜻 실천하지 못한 일들은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어 조금 더 괜찮은 인간이 되도록 다짐하게 되고, 불안하고 외로웠을 너를 힘껏 안아 주고, 내려놓고 싶었던 마음은 용기를 얻어 다시 시작하고, 내가 힘들 때 꼭 달려와 나를 일으킬 사람이 너라는 걸 알고, 네가 힘들 때 나 역시 반드시 달려가겠노라 마음 먹었다.

 

작가님은 '말하기'를 말했지만, 어디 말 뿐이겠나.덕분에 다시 한 번, 말하기 위해 생각을 점검하고 태도를 갖추고 말하기를 시작해 본다. 


"나는 살면서 학교에서 가르쳐줬으면 싶은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곧잘 생각한다. 보통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배우면 좋을 것들이다. 이를테면 걷기... 걷기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행위이고 거기엔 여러 기술이 필요하다. 오래 걸을 때 무리가 가지 않게 관절과 근육을 쓰는 법, 산길이나 빗길을 걷기, 비 그친 날 긴 우산 들고 걷는 법, 누군가와 함께 걸을 때 속도 조절하기, 더 어린 아이 손잡고 걷기, 붐비는 곳에서 걸을 때의 예절과 부딪혔을 때의 사과법 등등."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모두가 자기 중심적으로 행동하고 사고한다. 아무리 이타적이고 겸손한 사람이라 해도 두뇌의 저 깊숙한 곳에서는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둔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객관화 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사람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해도 내가 한 몫이 더 커 보인다. 나는 내가 한 부분의 모든 디테일과 그에 들인 시간과 매 순간의 판단 과정을 전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이 한 부분에 대해서 더 열심히 보려는 노력을 해야만 비로소 형평에 맞는다."

"나는 그럴 때가 참 즐겁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데 에너지를 쓸 때가. "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른다고 가정 해야 제대로 된 대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상대를 자꾸만 미루어 짐작하며 발언의 숨은 의도를 캐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정말 피곤하다. 상대는 당신이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을 만큼 납작한 세계가 아니다. 상대의 의중을 알아 내려 끙끙대는 사람보다는, 하는 말을 담백하게 듣되 의아한 게 생기면 확인을 하는 사람이 나는 더 좋다. 우리, 양지에서 대화를 하자."

"상대가 내 마음을 모른다면, 말하지 않은 나의 책임이다. "

"‘나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은 착각일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대부분 상대도 나를 참아내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예의를 갖춰서 정확히 말을 꺼내 보라. 그럼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관계를 정말로 존중한다면 그에 들여야 하는 노력은 예의를 갖춰 정확히 말하려는 노력이 지, 참고 또 참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로 목소리의 힘은 그의 온 인생으로부터 온다. "

"현시대의 지성에는 여러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도록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능력과, 내가 알고 있던 게 다른 시각에서는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능력 또한 포함된다. 거기에는 평등에 대한 예민한 저울과 같은 감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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