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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복자에게 본문

雜食性 人間

복자에게

하나 뿐인 마음 2020. 11. 7. 15:25

김금희 지음. 문학동네.

 

내겐 조금 버거운 산을 오르는데 졸졸졸 계곡에서 청명한 물소리가 들린다. 다리를 다치고, 이사를 하고, 짐도 제대로 못풀고 모든 게 불편한 상태로 출퇴근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매일 오르막 산길을 걷는 기분인데, <복자에게>는 내게 청명한 '물소리'였다. 실제로 앞부분 반은 눈으로 읽다가 나머지 반은 누워서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목발 짚고 나갔다가 방으로 들어가면 목발을 팽개치고 일단 침대에 누워 <복자에게>를 들었고, 출근 전 20분을 기다리면서도 다리 들고 누워서 <복자에게>를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무너지지 않고 계속 나아갔듯, 나도 무너지지 않고 나아가고 싶다. 

 

작가의 말도 참 좋았다.

 

"소설을 다 쓰고 난 지금, 소설의 한 문장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실패를 미워했어, 라는 말을 선택하고 싶다.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다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는 그렇듯 버텨내는 자들에게 기꺼이 복을 약속하지만 소설은 무엇도 약속할 수 없어 이렇듯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존중해야 한다는 거야. 존중이라는 말 알지?”"

"제주에는 아예 그렇게 가여운 애기들을 가리키는 설룬애기라는 말이 있고 서럽고 불쌍한 엄마를 가리키는 설룬어멍이라는 말도 있다. 슬픔이 반복되면 그렇게 말로 남는 거야."

"“어차피 그런 것도 다 자연인데요”했다고. 홍유는 바로 그 말을 듣고 내가 아픈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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