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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7,11-17 주님, 지금이 멈추어 서야 하는 때라면 부디 저에게 오셔서 손을 대어 주십시오. 본문
"앞으로 나아가 관에 손을 대시자 메고 가던 이들이 멈추어 섰다."(14절)
오늘은 관을 메고 가는 이들에 대해 묵상을 하게 되었다. 장면을 떠올리자마자 말 한마디 없이 가만히 멈추어 선 이들의 모습이 자꾸만 마음에 그려졌다. 알아서 멈춰 선 사람들. 예수께서 멈추어라 말씀하신 것도 아닌데 해 오던 동작을, 계속 가려던 길을 멈춘 이들.
'나 자신'만 생각하면 관을 메고 가는 것이 해야할 일이니 충실히 그 길을 가야할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에게는 멈추게 하는 모든 것은 '방해 요소'이다. 하지만 그 멈춤은 구원을 위한 멈춤이었다.
요즘은 예수께서 나에게도 멈추어 서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멈추지 못하고 그저 누군가가, 혹은 무언가가 나를 막아서고 있다고만 생각한다. 예수께서 다가오셔서 나를, 내가 부득불 짊어지고 가는 것에 손을 대시는데 손대시는 예수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 나를 막아섰다고, 힘들게 한다고, 못살게 군다고 혼자 울먹이면서 기어코 걸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잠시 멈추어 서는 건 피곤에 지친 나에게도 좋은 일일텐데 그걸 이렇게도 어려워만 하고 있다. 말없이 멈추어 선 사람들은 아들이 되살아나는 것도, 부인이 아들을 다시 만나 기쁨에 넘치는 것도 보았을 텐데. 자신들이 메고 가는 그 관이 죽음과 슬픔이 아니라 생명과 만남과 기쁨임을 알게 되었을 텐데.
주님, 지금이 멈추어 서야 하는 때라면
부디 저에게 오셔서 손을 대어 주십시오.
가던 길을 멈추고 당신이 행하시는 기적을, 제 이웃의 기쁨을 맛보게 해 주시고
제 삶에 있어 이 순간의 의미를 알아듣고,
지친 제 영혼이 위로의 쉼을 받아들이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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