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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7,36-8,3 훈화 본문
연중 제 11주일 루카 7,36-8,3
예수님을 초대한 바리사이가 향유를 든 옥합을 들고 온 여자가 예수님께 하는 행동을 보고, "저 사람이 예언자라면, 자기에게 손을 대는 여자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곧 죄인인 줄 알 터인데."하고 속으로 말했습니다. 이 바리사이의 말은 진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르시지 않았습니다. 알고 계셨고, 아셨기에 그렇게 하신 겁니다. '알면 그러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인간의 생각과는 달리 '알기에 그리하시는 분'이시지요. 하느님의 전능하심은 거의 매번 “하지 않음”에서 드러났습니다.
어떤 수행자가 집을 지었습니다. 정성을 다해 벽돌을 쌓아나갔지요. 건물이 완성되고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는데 한 중간에 놓인 벽돌 하나가 조금 삐딱하게 쌓여졌더랍니다. 그때부터 이 수행자에게는 제대로 쌓인 수많은 벽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잘못 놓인 오직 하나의 벽돌만이 눈에 들어왔지요. 그러다보니 아름다운 건물이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리 칭찬을 해도 그 칭찬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나중엔 그리 오랜 시간동안 공들여 쌓은 건물을 무너뜨리고 말았답니다. 나머지 벽돌의 아름다움을 보던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벽돌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 수행자는 하나의 벽돌 때문에 나머지 벽돌을 볼 수 없었던 거지요. 얼마나 어리석은가요.
바리사이는 이 여인을 바라볼 때 그녀가 지은 ‘죄’만을 보았기에 예수님께 바친 그녀의 눈물, 발에 입을 맞추고 머리카락으로 닦고 향유를 붓는 행위를 볼 수 없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녀의 죄에 집중한 나머지 자신이 예수님께 드려야 할 행동도 하지 못한 거지요. 예수님께 발 씻을 물도 드리지 않았고, 입 맞추지도 않았으며, 기름을 부어드리지도 못했습니다. 그녀를 죄인으로만, 나아가 예수님을 죄인과 어울리는 사람으로만 보게 되었던 겁니다. 하지만 여인은 자신의 죄와 예수님의 용서를 모두 보았기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예수님께 갈 수 있었고, 예수님께서는 여인의 죄보다 뉘우치는 마음을 더 크게 보셨기에 용서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는 나 자신을 볼 때, 타인을 볼 때 어떤 눈으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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