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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지우개 본문
지우개가 부러지지 않게 하려면 껍데기를 벗겨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얼마 못가서 목이 부러지듯
껍데기에 둘러싸인 몸통만 남긴 채 부러져 버린다.
어렸을 땐 껍데기가 예쁜 지우개를 사곤 했다.
공책이 찢어질 정도로 형편 없는 정도가 아니라면
지우개의 성능 같은 건,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래서 그림이 그려진 예쁜 껍데기를 오랫 동안 벗길 수 없었다.
지우개가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해가며 지우개를 써야 했다.
후다닥 얼른 뭔가를 지워야 하는 수업 시간이나 시험 시간,
수시로 지우고 다시 선을 그어야했던 미술 시간엔 아예 사용하지 못하고
성능 만으로 승부를 걸만 했던 점보 지우개 같은 걸 따로 들고 다니며 쓰기도 했다.
껍데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철없던 시절.
요즘이야 지우개를 쓸 일이 거의 없지만
줄이 그어진 중고책을 읽는다거나
생각날 때마다 연필로 수정했던 글을 다시 읽을 때
지우개를 사용해야 한다.
꼬마 때처럼 껍데기가 예쁜 지우개를 살 일도 없지만
몇번 사용한 후에는 미련 없이 지우개의 껍데기를 벗길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경험이 준 선물일까,
삶의 이해일까.
그게 무엇이든
껍데기를 벗어던져야 하는 건 지우개나 사람이나 같구나,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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