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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본문
박완서 지음.
"여태껏 내가 창조한 수많은 인물 중 어느 하나도 내가 드러나지 않은 이가 없건만 새삼스럽게 이게 바로 나올시다,라고 턱 쳐들고 전면으로 나서려니까 무엇보다도 자기 미화의 욕구를 극복하기가 어려웠다. 교정을 보느라 다시 읽으면서 발견한 거지만 가족이나 주변인물 묘사가 세밀하고 가차없는데 비해 나를 그림에 있어서는 모호하게 얼버무리거나 생략한 부분이 많았다. 그게 바로 자신에 정직하기가 가장 어려웠던 흔적이라고 생각한다...자신을 바로 보기처럼 용기를 요하는 일은 없었고, 내가 생겨나고 영향받은 피붙이들에 대한 애틋함도 여간 고통스럽지 않았다."
-작가의 말 중에서-
뼛속의 진까지 다 빼 주다시피 힘들께 썼다는 박완서에게 박수를...
거꾸로 읽었기 때문에 흥미가 좀 덜했을까, 살아갈수록 감추는 것이 많아지기에 어린시절 이야기는 내 마음을 덜 잡아당긴건가...
하여간 나머지 두권에 비해선 마음이 덜 갔지만 작가의 말은 무척이나 와닿았다. 어쩌면 박완서의 어린시절은 나와 너무나 이질적인 환경이었기에 무심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나머지 두 소설은 내내 공감하면서 읽었다. 그래서 무척 힘들었고. 이 책은 좀 덜 힘든 대신 더 가볍게 읽었지... 내게도 자기미화의 욕구를 극복하기 어려운 일은 수도 없이 많았다. 청원자 시절에 썼던 라이프스토리가 그렇다. 내 지난 과거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의아할 정도로 그 시절의 나는 자신을 미화하고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내 자신을 감쪽같이 속이진 못한다... 자기미화의 욕구를 극복하기란 여전히 힘든 일이긴 하지만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란 건 이제 좀 알았기에...
200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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