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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른 명태 본문

vita contemplativa

마른 명태

하나 뿐인 마음 2013. 2. 4. 15:26



아버진 마른명태를 좋아하셨다, 안주로...

내가 워낙 술을 잘 마시는걸 두고 누군가 그랬다...이모부 딸인데...ㅋㅋ

 

아버진 마루에 앉아서 당신 안주꺼리를 위해

마른명태를 찢곤 하셨지.

마흔 다섯에 낳은 첫딸이자 마지막 딸인 내게

늘 명태 눈깔을 주셨다. 눈 좋아지라고...

 

아주 어렸을 땐 그게 눈인지 모르고 낼름 받아 먹었었다.

아버지가 따로 주시는 거니까 당연히 좋은거다 싶었고

맛도 고소해서 추호의 의심도 없었지.

그러다가 알고 만거다, 어느날...그것이 명태 눈깔이라는 걸...

 

그래도 몇년은 그걸 더 먹었다.

우리 아버지 사랑은...그렇게 아주 작은 것에서 발견되는 것이었기에.

 

아버지 돌아가신 후로는 한번도 먹지 않았다.

기회도 잘 없었지만, 애써 피했다고나 할까.

고소하기는 커녕 어딘가 아릴것이 분명해서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비닐 뜯자 마자

내손으로 눈깔을 뜯어 홀랑 입에 던져넣었다.

마치 아버지가 주시는 제일 좋은거, 영양가 많고 맛도 고소한거라 여기고...

 

나도 늙어가나보다. 안하던거 해보면서 감상에도 젖는거 보니...

부모님 앞에서 백세주 홀짝홀짝 마시다가

반병에서 멈췄다...예의없는 딸자식..ㅋ

난 그렇게도 없던 애교가

늙어서(?), 가시고 난 한참 후에야

이렇게 조금씩 생기고 있다.

담엔 한병 다 비우는 실력을 보여드릴까...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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