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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수도자 묘지 본문
피정 내내 점심을 먹고는 묵주를 들고 수녀원 동산을 올랐다.
동산 끝에 위치한 수도자 묘지...
매일매일 선배님들 누워 계신 이곳에 들러
수녀님들의 안식을 위해, 우리 수도회를 위한 전구자 되어주시길 기도했다.
화려한 장식은 물론 봉분도 없이 검박하기 짝이 없는 수도자의 묘.
살아서도 죽어서도 높고 낮음 없이 나란히 줄지은 수도자들.
소박하게 출생, 서원, 선종만을 알리는 비석마저도
높게 세워지지 않고 조용히 누워 수도자들의 낮아짐과 함께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삶처럼
우리의 삶 역시 바닥이어야 함을 알려주는 수도자 묘지.
얼마되지 않는 무덤을 지키는 투박한 나무 십자가도
오래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돌아서서 내려오는 우리들이 더욱 침묵하게 되는 건
어디까지가 무덤이고 어디부터가 바닥인지조차 알 수 없는
선배 수녀님들의 무덤 앞에서
각자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언젠가 도달해야할 자신의 고향을 조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내 삶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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