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렌의 노래
- 박태범 라자로 신부
-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 그녀, 가로지르다
- 영화, 그 일상의 향기속으로..
- 사랑이 깊어가는 저녁에
-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 테씨's Journey Home
- 성서 백주간
- El Peregrino Gregorio
- KEEP CALM AND CARRY ON
- HappyAllyson.Com 해피앨리슨 닷컴
- words can hurt you
- 삶과 신앙 이야기.
- Another Angle
- The Lectionary Comic
- 文과 字의 집
- 피앗방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홍's 도서 리뷰 : 도서관을 통째로. : 네이버 블로…
- 행간을 노닐다
- 글쓰는 도넛
- 명작의 재구성
- 사랑과 생명의 인문학
- 자유인의 서재
- 창비주간논평
- forest of book
- 읽Go 듣Go 달린다
- 소설리스트를 위한 댓글
- 파란여우의 뻥 Magazine
- 리드미
- 여우비가 내리는 숲
- 인물과사상 공식블로그
- 개츠비의 독서일기 2.0
- 로쟈의 저공비행 (로쟈 서재)
- 세상에서 가장 먼 길,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 2.…
- YES
- Down to earth angel
- BeGray: Radical, Practical, an…
- newspeppermint
- 켈리의 Listening & Pronunciation …
- Frank's Blog
- 클라라
- Charles Seo | 찰스의 영어연구소 아카이브
- 영어 너 도대체 모니?
- 햇살가득
- 수능영어공부
- 라쿤잉글리시 RaccoonEnglish
- Daily ESL
- 뿌와쨔쨔의 영어이야기
- 교회 음악 알아가기
- 고대그리스어(헬라어)학습
깊이에의 강요
공포와 폭력 본문
(시리아 마르무사 수도원)
수련소 시절, 여름철 저녁이 되면 더위를 피해 어둡고 서늘한 수도원으로 종종 박쥐가 들어오곤 했다.
긴 복도로 사각형을 이룬 3층 건물 안으로 일단 들어오고 나면
모서리 외에는 창문을 찾기 어려워 제 힘으로 다시 나가기란 거의 불가능.
미친듯이 복도를 날아다니며 나갈 곳을 찾는 박쥐와 일부 수녀님들의 비명소리가 섞여서
'혼비백산'이란 사자성어의 진정한 뜻을 깨닫으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숱한 여름날의 기억들.
어느 날, 어김없이 박쥐가 찾아들었고 시원한 쉴곳을 찾던 어린 박쥐 한 마리는 흰옷 입은 여자들의 비명에 둘러싸여 날아갈 수 있는 구석이란 구석은 다 뒤지면서 도망치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 박쥐를 잡아 밖으로 날려보내야만 평화로운 밤이 찾아올 게 분명했던 그 날,
하필 우리 복도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박쥐를 쫓아내기 위해
빗자루, 쓰레받기, 밀대 등등 저마다의 무기?를 든 수녀들이 비장한 각오를 하고 모여들었다.
허나! 모이긴 모였지만 하는 거라곤 겨우 박쥐 부근에서 휘휘 허공을 가르며 무기를 휘두르다가
박쥐의 움직임이 시작되면(마치 엄청난 공격을 받는듯) 소리를 지르며 박쥐의 운동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우루루 앞다퉈 달려가는 것 뿐.
그날 처음으로 나는 쓰레받기를 들고 고무장갑을 끼고 나섰다.
나라고 무섭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내가 사는 복도로 박쥐가 날아든 이상,
이 상황이 얼른 끝났으면 하는 바램 하나만으로 이유는 충분했다.
비명을 피해, 박쥐가 잠시 숨을 고르던 구석진 곳으로 서서히 다가가려는 순간.
엄청 빠른 속도로(물론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다) 나를 향해 박쥐가 날아오는 게 아닌가.
아...
박쥐를 죽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박쥐의 비행 방향과 속도를 확인한 순간
쓰레받기를 치켜들고 박쥐를 향해 내려치는 내 손목엔,
박쥐가 아니라 웬만한 가축 한 마리 정도는 때려잡을 정도의 힘이 들어가는 거였다.
다행히도? 나의 어설픈 운동 실력은 박쥐를 정확하게 비켜갔고 박쥐는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난, 박쥐에 대한 다음 행동은 취하지도 못한 채
공포가 내 안에서 일으킨 엄청한 가학적 폭력만을 확인한 후
내 안에 숨겨둔 엄청난 죄라도 들킨 듯 서둘러 내 방으로 사라졌고
바람을 가르는 쓰레받기의 위력에 놀란 건지, 비명소리에 혼란스러웠는지, 아니면 더이상 도망칠 힘이 없었는지,
박쥐는 죽은듯 구석에서 꼼짝 않고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았고,
어디선가 나타난 담대한 언니 수녀님이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냅다 포획, 살려서 날려보냈다.
이후 난 한동안 참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평소 점잖은 척, 고상한 척 했던 내 위선의 실체를 들킨 것 같아서이다.
공포가 몰려올 때 내 손목에 쏠리던 '살의'에 가까운 공격 본능...
탐라인에서 다음 트윗을 봤다. 그리고 정해진 수순처럼 그 날이 생각났다.
정홍형 @gmvo85
공포를 확산하라!! 상대를 겁먹게 하라!! 이게 한진중공업 자본과 새누리 그네 정권의 통치술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젊은 노동자 최강서의 죽음에 대한 일말의 연민도 동정도 없는 그야마로 야만세력인 것이다.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겁먹게 만드는 통치술이라니......
나라는 인간과 박쥐라는 동물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던 그 날 밤.
'vita contemplativ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소 모임을 가서 처음 만난 건... (0) | 2013.02.04 |
---|---|
제 도반을 소개합니다 (0) | 2013.02.04 |
차이 (0) | 2013.01.08 |
피정 (0) | 2013.01.08 |
창밖 (0) | 2013.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