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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1,41-42 시작해 보려는 용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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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루카 1,41-42)
고전적인 이 그림을 좋아한다. 두 팔을 벌려 마리아를 반기는 엘리사벳이 참 좋기 때문이다.
어제와 연이어 똑같은 복음이라 또 무엇을 묵상해야 할까 싶어 성경만 뒤적뒤적하다가 이 그림이 생각났다.
환하게 웃으며 두 팔까지 벌려가며 한껏 마리아를 반기는 엘리사벳.
그림을 본 후에 다시 복음을 읽으니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41절)'가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마리아의 인사말이 어떤 인사말이었길래 엘리사벳은 이렇게 환하게 사람을 반길 수 있을까...
이 생각은 곧 어제로 끝이난 cpe 만남으로 이어졌고
- 4개월 동안 매주 만났으니 반가울 수도 있지만 점점 우리는 진심으로 그날그날의 만남을 반기고 있었다-
나는 어떤 인사말을 듣고 싶은지, 나는 어떤 인사말을 전하며 사는지로 생각하느라 묵상은 계속 이어졌다.
cpe에 참여하는 나는, 사실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
소임도 장소도 하나도 익숙한 데가 없이 출발했는데 cpe까지 덜컥 시작해야 했으니 준비할 여유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게다가 내 몸에 이미 시작된 병을 막 알았던 터였다.
새출발이 하나도 설레지 않았고 막막한 마음에 진까지 다 빠진 나는,
걸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알맹이인 나 자신, 뿐이었다.
제자들처럼 전대도 돈도 지팡이도 없이 출발했다. 보이지 않으시는 하느님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겨우 출발은 했지만 나는 곧 바닥에 널브러졌다.
눈앞에 버티고 있는 계단(이 왜 떠올랐을까...) 앞에서 다리 하나 올릴 힘을 내지 못해 망연자실했던 나.
cpe(만은 아니지만)를 시작하고 하루하루 시간이 흘렀고,
아무것도 없었던 나는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다시 떠날 채비를 할 수 있었다.
바닥이었으니 돌멩이라도 하나씩 쌓아 올리면 되었다.
너무 없이 시작해서 미안했지만, 나는 덕분에 조금씩 노력할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니 마리아처럼 용기를 주기 위해 서둘러 떠나지는 못했지만,
하느님이 가라시는 것 하나로 발끝에 겨우 힘을 주고 걸음을 옮긴 것 같다.
다시 그림을 보니, 마리아의 표정이 어쩌면 나의 지금 표정 같기도 하다.
이제 한 계단씩 오르기 위해 얼굴을 들었는데 엘리사벳이 환하게 반겨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한껏 반겨주는 엘리사벳의 환영은 마리아 때문이기도 하지만 엘리사벳의 진심이구나 싶다.
힘을 내어 고개를 겨우 들었을 뿐인데 나를 응원하고 반겨주던 이들의 진심 어린 위안에
나도 어쩌면 저렇게 웃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마리아의 인사말은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실제로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알 길은 없지만,
오늘 묵상을 하는 나는 '시작해 보려는 용기'라고 믿고 싶다.
마음을 붙잡고 시작해 보려는 용기가 나를 비집고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을 때
표정에서 알아챈 그들의, 엘리사벳의 환호...로 묵상을 이어가고 싶다.
그 환호에 힘입어 계단을 올랐을, 고단하지만 새로운 기쁨에 설레는 마리아의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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