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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겨울 202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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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상, 임현, 전하영. 문학과 지성사.
문학과지성사가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시리즈. 계절의 리듬에 따라, 젊고 개성 넘치는 한국 문학을 소개한다고 하는데 이미상 작가의 <여자가 지하철 할 때>는 이제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였다. 다만, 지금을 사는 한국의 여자라서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 임현 작가의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는 십여 년 전 어떤 일을 떠올리게 한 소설이었다. 써도 삼켜야 하는 약이라 힘들어도 넘어가야 하는 언덕이라 생각했는데, 책을 덮은 채, 합리화된 변명이었을까, 했다. 시집만큼 얇은 소설책이 얼마나 무겁던지. 그래도 생각을 거듭하면서 살고 싶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변명은 덜 하면서 말이다.
별거 아닌 일에 내가 괜히 상처를 준 건 아닐까, 어쩌면 설명하기 어려운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텐데 내가 너무 단호하게 굴었나, 싶어서 몹시 신경이 쓰였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다른 부분을 고려하는 것이 더 먼저였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단순히 한 학생의 조를 바꿔주는 문제라기보다는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것이다.
- 임현,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
관점에 따라 같은 것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말에는 만약, 아무런 태도나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면 무엇도 볼 수 없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었다. 요컨대 우리는 의미 있는 무언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는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을 강의 중에 설명해야 할 때, 나는 오리로 보이기도 하고, 토끼로 보이기도 하는 그림을 예로 들었는데 실은 여기에 숨겨진 진짜 비밀은 따로 있었다. 그러니까 하나의 그림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지만, 그 둘을 동시에 보는 일은 결코 불가능하다는 것. 우리가 동일한 한 장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리이거나 토끼일 뿐, 오리인 동시에 토끼인 것을 경험할 수는 없다는 것. 아무리 애를 쓰고 도전한다고 하더라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우리의 의식 체계가 토끼에서 오리로, 오리에서 토끼로 순식간에 전환되어버리기 때문인데, 마찬가지로 우리가 무언가를 말하려 들 때 필연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 그러므로 다른 관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자세는 의식적으로 무엇이 부정되었는가를 상상하는 일이라는 것. 예를 들어 우리가 오직 오리만을 보고 있을 때 한때 토끼를 보았던 과거의 경험은 나와 다른 입장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등등.
- 임현,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 -
나는 진실의 반대말이 주로 거짓이나 가짜라고 배워왔는데, 살면서 오히려 무지에 더 가까운 개념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았다. 무엇보다 나는 종종 진실을 알고 있다고 오해할 때가 많았고,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은 대체로 무언가를 더 알게 되었을 때였으니까.
- 임현,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 -
우리는 기록하는 여자가 될 거야. 우리가 겪은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거야.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믿어.
- 전하영,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