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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해리 본문

雜食性 人間

해리

하나 뿐인 마음 2018. 9. 5. 13:40


공지영 글. 해냄.

얼마 전, 아직 이 책을 읽기 전 예전 성당 교리교사를 하던 청년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고 밤 열시가 넘었는데 나에게 문자를 한 거였다, 이거 사실이냐고. 작가 후기에서 밝혔듯 ‘다른 모든 소설이 그렇듯(실은 이 부분이 열쇠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모두 허구이며, 여기에서 당신이 언뜻 어떤 이를 떠올린다면 그것은 당신의 사정’일 테지만 미처 읽지 못했던 나는 그 눈 맑고 사랑스러운 청년에게 이렇게 답을 보냈었다.

“(이름만 바꼈을 뿐) 사실일지도 모르지. 그런데 00야, 세상 어디에도 조직이 생기면 마름모처럼 그룹 안에서 다시 조직이 이루어져. 아무리 공부 잘하는 사람들을 모아놔도 그 안에서 다시 잘하는 그룹, 못하는 그룹, 말썽꾸러기, 도태되는 사람들, 반항아, 철학자 등등이 생기듯이, 교구사제건 수도회건 그 어떤 그룹도 일단 조직되어 시간이 지나면 스르르 재바른 엘리트, 진짜 엘리트(현자 그룹), 배신자들, 평범한 사람들, 혁명가, 아웃사이더 등이 다 생겨. 그래서, ‘개인’이 잘 사는 게 그렇게도 중요한 거야! 하느님 앞에 늘 서 있는 삶은, 공동체에서 힘을 받기도 하고 빼앗기기도 하면서, ‘내가’ 잘 서려고 노력하는 삶이야, 내가!

p.138 "이런 바다, 이런 푸른 하늘 아래서 사람들은 죄짓고 뺏고 사랑하고 배반한다. 태초부터 살아 온 바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의 삶은 하루살이보다 우스울지도 모르는데......"

p.247 "악마는 창조하지 못해. 오직 흉내 내고 베낄 뿐이야. 악마는 진부하게 하던 걸 계속하지, 그리고 말해. ‘원래 그러는 거예요’, ‘예전부터 이랬어요.’ ‘관행이에요.’ 이게 유일한 변명이란다. 하지만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은 선한 것, 그것은 선하신 신의 몫이란다. 신은 인간 얼굴 하나 강아지 얼굴 하나 복제하지 않으셨어. 신의 세계인 선은 다양하고 다채롭지만 지옥은 지루하고 공허해."

p.188 "“이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 부류가 있어요. 흔히 ‘상식적으로’ 사고하고 늘 ‘좋은 쪽으로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 이게 이들의 토양이에요. 이게 이 사람들 먹이예요. 그래서 상식을 가지고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당해내기가 힘들어요. 그러니까 일반적인 생각을 가지고 대하면 절대 안 돼요. 아무리 작은 하나라도 다 의심해야 해요. 그래서 싸움이 정말 힘들어요.”"

p.260 "“네 자신을 망치는 싸움을 해서는 안 돼. 더 사랑할 수 없이 증오로 몰아가는 싸움을 해서는 안 돼. 그러다가는 적과 닮아버려요. 비결은 이거야.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훼손당한 그 가치를 더 사랑하기 위해 싸워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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