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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나의 혼란 본문
인물과사상 5월호에서 신기주씨가 쓴 최승호 피디 인터뷰를 읽다가 요즘 내 혼란스러웠던 고민의 갈피를 이제야 좀 잡은 거 같다. 17년차 수녀가 본당과 지역과 심지어 나라까지 옮겨 다니며 조금씩 품게 되고 조금씩 쌓아둔 마음 속 질문들. 최근 이곳에 와 이 질문이 쌓이고 쌓여 아슬아슬 흔들리고 있었다.
첫영성체를 준비하며 급기야 이 질문은 무너져내리기 직전이 되었다. 성당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 그것도 자녀들을 제때에 첫영성체까지 시키려는 부모님들의 신앙이 왜 이다지도 미지근한가. 꼭 이들뿐만 아니라 요즘 내가 만나는 많은 신자들이 보여준 신앙에 대한 무심한 듯한 태도들. 신앙이건 뭐건 이렇게까지 마지못해 하듯 성당을 다니는 이유가 뭔가. 게다가 왜 이렇게 한편에서만 안타까워하며 못해줘 안달이고 못끌어줘 속상해 하는가...
최승호씨와 신기주씨의 표현을 조금 빌리자면, 내가 빠진 오류 역시 이 대화와 멀지 않다. 내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신앙은 진실이며 첫째 가치이니 신자들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 편에서의 강요, 틈 하나 없이 나의 기준에 맞춘 표준적 태도를 제시하고 그들이 사는 세상과 그 세상의 고단함을 더 깊이 이해하지 못함.
아무리 신앙이라 해도 옳은 게 옳다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고단한 세상에서 나란히 살아가면서도 난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지한 군중이라 불평을 늘어놓던 제자들이 실은 자신이 더 높아지려는 욕구를 꽁꽁 감추고 있었던 것처럼 나 역시 '위한다'고 생각했던 그들 뒤에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두었을 지도. 물질적 풍요는 차치하고라도 영적 풍요에 젖은 나는 이 세상의 또 다른 부자들이었겠지.
나는 정말 열심히 밥상을 준비했었다. 재료부터 조리법과 상차림까지 나는 나 나름의 최선을 다했고 가장 좋은 것들을 모아 그들 앞에 내놓았지만 밥을 먹고 싶지 않은 자유와 다른 음식을 더 좋아할 기호의 자유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할만큼 아프고 고단한 그들의 인생도 나는 고려하지 못했다.
자괴감처럼 밀려오는 이 따가운 후회와 미안함 앞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너무 늦진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나는 다시 잘 씹어서 전해주어야 하고, 그걸 전하는 나의 태도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이렇게 대단한 걸 준비했어. 나는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이렇게 사는 내가 세상에 무서울 게 뭐가 있겠어.' 그러니... 나를 통해 드러나는 예수가 얼마나 희미하고 차가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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