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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무의미의 축제 본문

雜食性 人間

무의미의 축제

하나 뿐인 마음 2015. 2. 26. 04:54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민음사.

 

여든이 넘은 고령의 소설가가 말하는 무의미의 축제란, 삶 아니겠는가.

  

"뛰어나 봐야 아무 쓸데없다는 거지, 그래, 알겠다."

"쓸데없기만 한 게 아니야. 해롭다니까."

 

뭐라고 딱히 덧붙일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건, 내가 그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도 되겠지만, 오려내고 붙여낼 필요 없이 오롯하게 노작가의 말에 동의한다는 방증이기도 할테다.

 

"사람들은 살면서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하고, 다투고 그러지, 서로 다른 시간의 지점에 놓인 전망대에서 저 멀리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는 건 알지 못한 채 말이야."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삶의 의미에 대한 집착에서 놓여날 때 삶이 축제였음을, 음식은 동이 나고 음악은 희미해지고 사람들도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가고 ... 공기의 밀도만이 촘촘해졌음을 비로소 깨닫겠지.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개조할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남아 있는 것들로 축제의 끄트머리를 즐기는 것, 그것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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