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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본문

vita contemplativa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하나 뿐인 마음 2014. 10. 14. 06:21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을 완성함에 있어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라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모든 것이 상대가 있어서 혼자서는 싸움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이 속담에 나는 가끔 반감을 가진다.

 

대부분은 불화의 원인을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가진 것이 아니라, 공격적인 반응을 부르는 선행 자극이 있는 것처럼 서로가 조금씩 원인을 나눠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는 한쪽 손바닥으로 다른 손바닥이 다가와 부딪혀도 소리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별다른 의도나 행위 없이도 그저 손바닥이었으므로 소리가 나는데 한 몫 거들게 된다. 

 

비슷한 속담으로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랴.'는 말이 있는데, 농담 반 진담 반 우리들은 말한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나기도 하더라.' 소문의 근거 마저도 소문을 낸 사람의 지나친 추측과 섣부른 판단, 선입견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욥이 자신더러 "습지가 없는데 왕골이 솟아나고 물이 없는데 갈대가 자라겠는가?"하며 은근히 책망한 빌닷과 "사람이 무엇이기에 결백할 수 있으며 여인에게서 난 자가 어찌 의롭다 하리오?"하며 공격해댄 엘리파즈는 친구들 위해 바른 충고를 한 사람이 아니라 '쓸모 없는 위로자들'이라 말했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세상에 넘쳐나는 불의와 그로 인한 무고한 희생자들은 그저 손바닥이었으므로 소리가 나는데 한 몫 했을 뿐, 불의에 동조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진실 앞에 눈 감고 입 닫음으로써 불의에 동조한 사람들의 책임이 더 크다 할 것이다.

 

멀리 가지 않고 내 주위의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봐도 그렇다. 많은 경우엔 서로가 잘못하여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분명 영문도 모른 채 문제에 휘말려서 고생을 치르게 되는 사람도 많다. '둘 다 잘못'이라는 섣부르고 잘못된 판단으로 죄책감을 부추기거나, '잘 생각해 보라'며 없는 죄마저 지어내 짜맞추어야 겸손한 사람인 것처럼 상황을 몰아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한쪽 손바닥이 힘을 가해 부딪혀와서 소리가 났다면, 그건 박수가 아니라 폭행이다. 손바닥끼리 서로 아픈 게 아니라, 분명 어느 한쪽이 더, 훨씬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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