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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야만적인 앨리스씨 본문
황정은 장편소설. 문학동네.
왜 그런 느낌 있지 않은가. 막 잠이 들려는 찰나 몸은 이미 죽음의 꿈으로 빠져들고 내 정신은 아직 멀쩡하게 산 자의 영역에 남아 있는, 내 정신이 내 몸을 빠져나가는 상태가 아니라 내 정신에서 내 몸이 빠져나가는 상태. 어둠 속에서 엄청난 무게가 스스륵 빠져나가는 느낌.
불들어지지 않아 기를 쓰고 몸을 지금의 공간에 붙잡아 두고자(몸을 일으키는 노력이 아니라) 한사코 애를 써보지만 자꾸만 빠져나가는 내 몸을 속수무책 느껴야하는 때.
가위 눌렸다라고 흔히 얘기들을 하는 그 현상과는 반대의 느낌. 아니, 같은가? 어릴 적 남들은 다 높은데서 떨어지는 꿈을 꾸며 키가 크던 시절 나는 밤엔 물론이고 낮잠을 잘 때에도 커다란 볼펜 스프링 같은 굴 속으로 하염없이 빠져드는, 마치 4차원의 세계로 넘어가는 듯한 꿈을 꾸곤 했는데 하여튼 그런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러다가 다음 문장들을 만났을 때의 기분이란!
토끼가... 휙 지나갔을 때, 붉은 조끼를 입고 회중시계를 들여다보며 늦었다, 늦었어, 하면서 앨리스 소년의 앞을 지나갔을 때, 앨리스 소년은 저거다, 라고 외치고 토끼를 따라 뛰었다. 토끼를 쫓아 달리고 달려서, 마침내 토끼굴로 미끄러졌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너 토끼굴이 얼마나 길고 깊은지 아냐? 그건 진정 긴 굴이었다. 앨리스 소년은 떨어지면서 다시 기다렸다.
뭐를?
바닥에 닿기를.
뭘 하려고?
그래야 다른 데 가지.
어어.
...
...
...
그래서, 닿았냐.
아직.
아직?
아직도 떨어지고, 여태 떨어지고 있는 거다. 상당히 어둡고 긴 굴속을 떨어지면서 앨리스 소년이 생각하기를,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상당히 오래전에 토끼 한 마리를 쫓다가 굴속으로 떨어졌는데...아무리 떨어져도 바닥에 닿지를 않고 있네...나는 다만, 떨어지고 있네...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지고...계속, 계속...더는 토끼도 보이지 않는데 줄곧...하고 생각하며 떨어지고 있었던 거다. 언제고 바닥에 닿겠지, 이제 끝나겠지, 생각하는데도 끝나지 않아서, 이게 안 끝나네, 골똘하게 생각하며 떨어지고 있었던 거다.
...
...
그래서 어떻게 되냐.
뭐? 앨리스 새끼는 어떻게 되냐.
그러고 보니 나 역시 바닥에 닿은 꿈을 꾼 적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