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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지슬 본문

엿보다

지슬

하나 뿐인 마음 2013. 6. 12. 02:45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2013)

Jiseul 
9.1
감독
오멸
출연
이경준, 홍상표, 문석범, 양정원, 성민철
정보
드라마 | 한국 | 108 분 | 201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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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내게 위로의 공간이다. 

수녀가 되고나서 처음으로 가장 밑바닥, 그 어둡고 서늘한 곳으로 끝간데 없이 내려가고 있을 때 그곳을 찾았었다.

내가 찾은 것이 아니라, 나를 아끼는 친구가 나를 그곳으로 무작정 데려갔다.

몇날 며칠을 말없이 밤낮으로 제주도를 쏘다녔다.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고 견디고만 있던 나를 받아준 것은 그 친구와 그 땅이었다.

그때의 난 누군가에게 기댈 곳이 필요했고,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오롯이 나를 품어줄 누군가가 절실했으며

그게 그 친구였고 제주도의 바람과 바다였다.

내가 나를 용서하고 안을 수 없으니 나 대신 나를 용서하고 안아줄 그 누구.


세번째로 제주도를 찾은 건 강정 때문이었다.

아는 사람 한명 없는데도 세상에서 제일 불쌍해 보이던 제주도를 향했다. 

휴가비를 탈탈 털어 비행기표를 샀으니 돈도 몇만원 달랑 들고 무작정 강정을 찾았던 것이다.

며칠 동안 강정 공소에 머물며 자고 먹는 모든 걸 얻었으면서도

그렇게 앓고 있는 제주도를 나는 안아주지 못했다.

삶을 바꾼지 십년 조금 넘은 시간을 뒤돌아보던 나는, 또다시 위로를 받고 돌아섰었다.


말 한마디 꺼낼 힘조차 없었던 나를 가만히 안아주었던 땅.

제주도가 그토록 아름다운 건 남쪽 땅이어서가 아니었다.

말로는 차마 표현 못할 아픔을 고스란히 품고 그 모진 세월을 견뎠기에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이웃은 누구일까?

이곳에 와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방문했던 날, 한 부부가 아래층 또 한 부부와 함께 우리를 맞아주시며 하셨던,

젊어서 미국으로 건너와 아들 딸 다 키웠지만 멀리 떨어져 타주에 살고 있는 자식들은

피 한방울 섞이진 않았지만 같은 아파트 아래층에 살면서 서로 의지하는 성당 동생 부부들보다 나을 게 없다는 말.

이웃이 누구인가 물어오던 자에게 착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며 "너희도 그렇게 해주어라."하신 예수님의 말.


이 영화에는 사라들이 나온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챙기며 토닥토닥 투정도 부리며 내일 모레 쯤이면 나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던 그들. 눈으로 보았으면서도 설마 사람이 사람을 죽이겠느냐라는,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라 말 꺼내는 사람이 무안해지는 그런 인간의 도리를 알고 있었던 그들. 선한 양심들은 그렇게 언제나 '제거'의 대상이 되어 왔던게 이 나라 이 땅의 역사인가. 그냥 쏴버리는 게 더 나은건지 살려두는 게 나은건지 도저히 모르겠다던 '목숨'은 순덕이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테다. 

누가 먼저 미칠까란 질문을 농담처럼 던지던 군인들이나 자신의 아픔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그 누구라도 명분을 만들어 보이는 족족 죽여야만 분이 풀려 숨을 쉴 수 있던 사람이나 영문도 모른 체 죽어가던 사람들이나 모두가 피해자. 


떨쳐버려야 하는  것은 시대의 악몽일진대 두려움에 떨며 분노에 사로잡힌 살인자의 광기를 이용하는 세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눈에 드러나지 않는구나. 

화면이 흑백인 건지 영화를 보고 있는 내 마음에 불빛 하나 새어들 틈이 없었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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