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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수녀원으로 돌아오던 날 본문
- 2005.08.03 16:55
올해 벌써 두 번째 퇴원. 11일 만에 수녀원에 돌아와 내 수방을 향해 복도를 걸어가며 문득 떠오르는 생각. 병원 복도는 밤이건 낮이건 24시간 형광등이 밝혀져 있고, 나는 잠들어 있어도 누군가는 깨어서 존재를 드러낸다. 수녀원 복도를 들어서면서 내 마음을 밝히는 이 느낌은... 아, 형광등 불빛이 없구나 하는 거였다. 불빛 없이 오직 햇살로만 밝혀지는 수녀원 복도. 구석구석 환히 밝히지는 못하지만 햇빛 만으로도 충만한 복도. 그래, 다른 뭔가로 환히 드러내지 않고 오직 한분으로 내 영혼을 밝히자 싶었다. 방마다 한명씩 수도자가 살고 있건만 ‘있음’을 드러내지 않는 고요한 복도를 나는 사랑한다. 밤이 와도 비상구등만 켜지는 컴컴한 수녀원 복도를 나는 사랑한다. 어두워도 내 시야에 모든 것이 훤히 들어오는 이 익숙함. 아, 집에 왔구나... 다른 장식 없는 검은색, 흰색 수도복의 삶을 나는 사랑한다. 덥고 선풍기 하나 없는 방이지만, 나는 내 독방을 사랑한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내내 사랑타령이다. 사람들 마저 예뻐 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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