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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수라 본문

엿보다

수라

하나 뿐인 마음 2023. 6. 28. 23:10

갯벌이었던 때를 기억하며 바닷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던 마른 땅과 그 안의 수많은 생물들, 철새들.

얼마 전 읽은 <짐승일기>(김지승, 난다)에서 "쓰레기가 쓰레기가 아니었던 시간을 기억하고 싶다."는 문장을 며칠 동안 곱씹었었는데

수라를 보다가 다시 이 문장을 만났다.

바닷물이 들어오길 기다리며 갯벌 아래에서 움츠리다가 비라도 내리면 희망을 품고 또 올라오는 존재들.

어떤 생물들은 바닷물을 만나지 못해 결국 죽지만 그 껍데기마저 품으며 다시 갯벌이 되기를 기다리는 땅, 생물들, 그리고 사람들.

 

쓰레기가 아니었던 때를 기억하려고 하기에, 지금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온전히 '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갯벌이었던 때를 기억하려는 모든 존재들이 결국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시절에 붙들어 맬 수 있길 희망한다.

지금은 여기에 서 있지만 순수하고 뜨겁고 맑던 그 때를 기억하며 내딛는 내 발걸음 역시 조금 다른 방향일 수 있길 희망하며.

 

"우리의 싸움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게 한 힘은 아마 아름다움을 본 것의 '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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