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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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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뿐인 마음 2015. 1. 22. 16:42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것들은 흘려 보내야 하고, 어떤 것들은 굳이 붙들어야 한다. 아래를 향해 굴러 떨어질 때는 어떤 것은 어떻게든 붙들어야 하고 어떤 것은 필사적으로 피해야 한다. 


12년 동안 실제로 주인공 꼬맹이가 물론 시나리오에 따라서이긴 하지만 소년이 되고, 좋은 일도 겪고 겪지 말았으면 하는 일도 겪으며 사춘기를 통과해 청년이 된다. 소년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 오고가는 감정들, 처해지는 상황, 허비되는 추억들과 인생 ... 


영화를 보면서 수녀님들에 의해 처음엔 일년 반만에 자식들을 찾아온 자유로운 영혼의 친아빠가 '참 여자 마음 몰라주는 남자'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참 다정다감하고 꼭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좋은 아빠'로 변해가는 걸 보면서 인생 참 재밌다 싶었는데, 사는 게 그렇더라. 그렇게 진심이 천대받기도 하고 뒤늦게 드러나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거라고.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들을 겪는 게 내탓이 아닌 것처럼, 서운하게 여겨질 일들을 수시로 만들어 나를 힘들게 하던 사람들도 꼭 그들 탓만은 아니더라는 거. 


좀 지루했던 165분이 끝나갈 무렵 모두가 친아빠가 아들에게 미쳤던 좋은 영향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찾아와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들 마음을 헤아려주고 놀아준 시간은 소년의 인생에 있어 찰나보다 조금 긴 시간일 뿐이고 살 부대끼며 무방비 상태로 영향을 받기만 해야했던 알콜 중독자 새아빠와 알콜 중독 독재자 새아빠와의 시간이 훨씬 길었을텐데, 소년은 찰나 같은 시간들을 놓치지 않고 간직했으며 긴것보다 짧은 것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허락하며 살았구나 하는 생각. 


나는 무엇을 붙들고 무엇을 흘려보내는가. 무엇이 나를 형성하도록 내버려두고 무엇이 나를 잠식하지 못하도록 눈감을 것인가. 흘려보내고 싶어도 말끔히 가시진 않을 것들, 붙든다 해도 내게 머물러 주지 않을 것들, 나의 애원과 달리 움직이는 것들에 더 이상 애닳아하지도 목매어 부르지도 말아야겠지. 


우린 이렇게 먼지 속을 구르다가 비를 맞기도 하고 안개 속을 헤매다가 돌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면서 어른이 되어 가고 점점 제 빛갈을 내게 되겠지. 너도 나도 그렇게 살아간다. 그러면서 서서히 양 발에 힘이 들어가고 흔들리더라도 혼자 서서 바람을 맞을 시간과 용기를 맞이하게 되겠고.


가장 마음에 남는 대사는, 친아빠 에단 호크의 한 마디 "나도 이젠 드디어 고리타분한 쫌생이가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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