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뿐인 마음 2013. 5. 15. 13:27

공동 기도시간에 모두 모여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는데

마침 학교 어린이들이 쉬는 시간이라, 왁자지껄... 좀 많이 소란스럽긴 했다.

좀 분심하게 되는가 싶더니만, 누군가 일어나서 학교가 있는 쪽으로 난 창문들을 닫고 반대편 창문들을 열었다.

수녀원 성당은 금새 고요한 침묵의 공간으로 변했지만,

얼마 못가서 맞은편 창문을 통해 기도시간 내내 간간히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

외적 침묵을 포기하지 못해 창문을 닫는 순간,

어쩌면 우리들은 우리의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로 나 있는 창문마저 닫은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가 예민했던 거지만...


사는 게 이런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것을 지키기 위해 포기하고 싶지 않은 최소한의(최소한이라 여겨지는) 무엇이라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세상의 초대와 맞바꾸어야 한다는 것.


참 아이러니하다.

세상을 알지 못하고서는 세상을 위해 기도할 수 없다는 말도 사실이지만,

세상에 너무 밝으면 기도가 하늘보다는 땅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