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 contemplativa

개폭시

하나 뿐인 마음 2013. 2. 4. 22:43



폭시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개이다.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무한한 애정을 보여주는 폭시에게
가끔... 무장해제를 당하게 된다.

내가 휴가를 가서 소파에 누워 책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다가와 내 다리에 슬쩍 기대 앉는 폭시.
마치 지금 자신이 해야할 일은 나의? 혹은 사랑하는 누군가의 체온을 느끼는 것이
유일하다는 듯이...

소리도 없이 가만히 기대어 앉아 숨을 고르고,
가끔은 꾸벅꾸벅 졸기도 하는 폭시를 보며 난 좀 우습기도 하지만
(아니 불경스러운 건가? ㅋ) 조배의 본질을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것을 놓은 채 하느님께 기대어 하느님만 느끼는 것`

한번은 소파 가운데에 앉아 있길래 
`폭시야, 이모 책 봐야 하니까 옆으로 조금만 비킬래?`했더니 아예 저 소파 끝으로 비켜나 쪼그려 앉는 폭시. 
지나가는 말로 '많이도 비켜주네'했더니
현진이가 한 마디 거들어 준다.
`폭시는 조금만 뭘 해달라해도 완전 많이 해줘요.`

저만치 떨어져 나를 쳐다보는 선한 눈빛의 폭시.
폭시야, 나도 너처럼 살고 싶다.
조금만 도와달라 부탁을 받으면 완전 많이 도와주고,
잠시만 이야기 들어달라 하면 완전 많이 들어주고,
예수님께서 마음을 달라 하시면 완전 많이 드릴 줄 아는...
폭시야, 나도 너처럼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