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뿐인 마음
2013. 2. 4. 22:30
수녀원 성당 창문을 모두 열었다. 무방비 상태로 모든 소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벅찬데창문 너머의 세상도 벽이다. 잿빛 콘크리트 벽. 창문 너머의 벽이라니... 좀 있으면 저 벽이 어둠에 묻힐지도 모를 일. | ||
창문 너머의 벽을 보고 지금 내 삶이 딱 이럴지도 모른다 싶었었다. 저녁기도 내내 씁씁했고 좀 지나면 창문 너머의 세상도 벽마저도 어둠에 묻히겠지 라는 생각은 있지도 않을 불운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 괜한 일에 마음 졸이며 불안과 절망 사이를 내달렸다.
저녁 일정을 마치고 다시 수녀원으로 돌아와 어두 컴컴한 수녀원 성당에 들어섰을 때, 내가 마주한 건 창밖의 가로등 빛이었다. 그 순간 만큼은 감실등보다 창밖 가로등 불빛이 더 밝게, 기쁘게 다가왔다.
잊고 산다. 어둠이 내리면 모든게 어둠에 굴복해 묻혀버리리라 지레 짐작으로 스스로 절망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는 나는, 잊고 산다. 어둠이 내리면 불 밝히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버거운 소음을 덮어버리지도 못할 어둠이 내릴 것만 생각하고 가로등 불빛이 밝혀질 거라는 건 곧잘 잊어버리는 나.
어둠이 내리면 반드시 한줄기 빛이 세상을 비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