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 contemplativa

하늘을 뚫고 내려오소서

하나 뿐인 마음 2013. 2. 4. 16:35



피정 동안 수도 없이 하늘을 봤다.

 

높고 고요한 푸른 하늘 아래 서서 나의 작음과 소중함,

홀로 서 있음을 감사했고

구름 가득한 날엔 하늘을 가리는 나의 약점들을 떠올리며 기도했다.

 

시시각각 아름답게 변하면서도 고요함을 잃지 않는 하늘을 보며

세상 한가운데 살면서

소란에 휩쓸리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해야함을 배웠고

무엇보다 하늘을 우러러 보기 위해 고개를 들 때마다

창조주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매번 확인하곤 했다.

 

밤에도 낮에도 하늘은 늘 제 역할에 충실했고

그게 아버지 사랑임을 피정 막바지인 오늘 다시 한번 느낀다.

 

밤산책을 할 때면 늘 달이 제자리를 지켰다.

달이 조금씩 차오르긴 했지만

약간 오른쪽 비켜서 올려다보면 늘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었다.

한참을 내려가다가 올려다봐도 그 자리,

다시 오르막길에 들어서서 올려다봐도 여전히 그 자리...

내가 어느 곳에 서서 올려다보든지 달은 그곳에서 빛나고,

가끔 나무에 가려, 피정집 건물에 가려 시야에서 사라져도

난...안다, 달이 거기 있음을...

 

늘 거기 계셨던 아버지를 잃었다고 찾아다니고,

보이지 않는다고 투덜댔구나.

 

내 기도가 하늘을 뚫고 오르길 바랬었던가.

구름을 헤치고 하늘에 닿기를,

아니 아버지께 가 닿기를 원했던가.

오늘에서야 어렴풋이 깨닫는 건...

내 기도가 하늘을 뚫고 아버지께 가는 것이 아니라

내 기도를 들으시려고 아버지께서 하늘을 뚫고 내려오시는 거였다.

아무리 짙은 구름에 가려진다 해도 해는 세상을 밝히고 달은 어둠을 비춘다.

내 죄가, 내 무지가, 내 약함이 아무리 짙다 해도

햇빛처럼 달빛처럼 아니, 그 무엇보다

밝고 환하고 따스하게 날 비추신다...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이야기하고

창공은 그분 손의 솜씨를 알리네." (시편 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