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 contemplativa
얼마전까지는...
하나 뿐인 마음
2013. 2. 4. 15:41
얼마전까지 내 스스로를 '정체'상태로 진단하고선 좀 아파했던 적이 있었다. 고여있는 시기.
상승도 하강도 아닌 고여있는 시기는 허무에 빠진 시간이기도 하고, 혼자서 감당해내기 어려운 무력감을 맛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원효암에서 혼자 오어사로 내려오는 길에 간간이 만나게 되는 고여있는 계곡물. 단풍이 떠있어 이쁘게 보일법도 한데 이브다기 보다 괜시리 서글퍼져 멈춰설까 싶었다. 숨죽이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순간 어디서 들려오는 졸졸 물 흐르는 소리.
고여있는듯 보여도 실상은 흐르고 있음을, 정체된 듯 느껴져도 그것 역시 흐름의 한 부분임을 졸졸 소리내며 내게 일깨워준다.
그러고 보니 그 시간을 견디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누군가 소리없이 움직이셨고 덕분에 지금 이렇게... 다시 새 힘을 얻었구나.
졸졸 흐르는 소리를 기억하자. 조용히 귀기울여야지만 들려오는 움직임의 소리. 절대 겉으로 보이는 것에 철썩같은 믿음을 두지 말것.
내 주님도 안보이시기는 매한가지. 들리는 분이시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