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정 동안 밤마다 묵주들고 중정을 돌았다.
어느날 밤도 어김없이 한참을 돌고 있는데,
갑자기 진한 향기가 훅- 끼쳐왔다.
몇걸음 옮기니 어느새 향기는 온데간데 없고...
한바퀴 돌아 아까 그 즈음에 다다르니
너무도 진한 꽃향기가 또 훅-
하도 진하고 그윽해서,
마치 공기가 향기로 이루어진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전혀 멋스럽지 않은 파란색 화분에 심어진 이름모를 식물.
잎만 수두룩 달렸다 싶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잘한 흰꽃들이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모양새에 비해 너무나 그윽했던 향기. 향기. 향기.
몇번 맡아보다 다음날 날 밝을 때 자세히 봐야지 싶어
별 신경 안쓰고 돌던 발걸음 다시 재촉했는데...
다음날...
하룻밤 아무도 안보는 새
그렇게 진향 향기 뿜으며 무더기로 피어난 꽃이
후두둑 다 떨어지고 온데간데 없다.
향기는 커녕...꽃모양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날 밤 어김없이 중정을 돌던 내게
또 그 향기가 훅- 끼쳐왔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음을 알기에
곁에 쭈드리고 앉아 한참을 있었다.
다시 묵주를 들고 어둔밤 중정을 하염없이 걸으며
난 분심?에 빠졌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 아무도 모르는데,
저렇게 진한 향기 뿜어내며 피어나
밤새 시들어버린 저 이름모를 식물처럼
아무도 보지 않고 몰라줘도
하느님만 아시는 향기 홀로 뿜어내다가
때되어 시들어버리는 이름모를 삶을...
용기있게 청하게 하소서...
...침묵을 지키는 탓에
피정 마지막날에야 이 식물의 정체를 알아냈다.
야래향...
밤에만 향기가 난다고...
그러고보니 주현미가 불렀던 야래향이 글쎄 이 꽃이네..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