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뿐인 마음 2026. 1. 18. 11:44

성해나 지음. 창비.

 

소설이야 어느 정도는 읽은 사람을 소설의 ‘그 장면’으로 데리고 가는 법이고, 

주인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장면 어느 구석에라도 자리하면서 인물들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법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싶었다. 

천천히 돌아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맞닥뜨리게 하는 것이 성해나 소설들의 한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툭,

뒷면, 뒷모습, 혹은 이면이나 내면을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 역시 내가(사실 소설은 ‘우리가’에 가깝다.) 차곡차곡 만들어 온 민낯이구나 인정하게 하는...

 

<구의 집:갈월동 98번지>는 모든 면에서 나를 사로잡았는데 

하나하나 뜯어서 해석해보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허접한 내 해석은 좀 차치해 두고, 대신 양경언 평론가의 글을 남겨두고 싶다. 

"아무리 '빛'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여재화는 자신에게 주어진 '짓기' 행위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를 사유하는 고통을 내내 회피함으로써 건축물 완공에 기여한 셈이다."

 

그리고, 성해나 작가의 말도 남겨두고 싶다.

부엉이는 성급하게 날아오르지 않는다.
날갯짓을 하기 전 충분히 주변을 살피고,

신중히 방향을 정한 뒤 착지한다.
나 역시 예리한 발톱으로 문장을 낚고,
너른 시선으로 사회의 아픔을 포착하며 
열린 귀로 멀리 떨어진 이들의 이야기까지 경청하고 싶다.

 

이거야말로 사족에 불과한데, 뭐랄까... 이제 나의 세대가 넘보지 못하는 전혀 다른 소설들이 오고 있구나 하고

조금 쓸쓸한 생각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