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와 광기

야콥 하인 지음. 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좋은 책을 보면 짖는 편집자(트위터 @editor_walwal)님의 소개로 시작한 책이다. 제목이 재미나서 검색을 해봤다가 리뷰 몇 개를 본 후 순식간에 끌렸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원목실로 배송이... 이유가 뭔지도 모른 채로 끌려다녔다고 할까. 처음에는 좀 재미난 책 정도였는데 점점 묘하고 참신하게 재밌다 싶더니, 읽고 나니 '침착하고 정확하게' 도려내는 책이었다. 무엇을?
함께 병렬 독서 중인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고 있었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만큼 에고를 더 강화시켜 주는 것은 없다. 옳다는 것은 하나의 관점, 의견, 판단, 이야기 등과 같은 정신적 입장을 자기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옳기 위해서는 당연히 틀린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에고는 옳기 위해 누군가를 틀리게 만들기를 매우 좋아한다. 바꿔 말해, 자신의 더 강한 자아의식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틀리게 만들 필요가 있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상황도 불만과 반응을 통해 틀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일은 일어나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신이 옳다는 주장은, 잘못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과 상황에 대해 자신을 상상 속에서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올려놓는다. 에고가 갈망하는 것이 그 우월감이며, 그것을 통해 에고는 자신을 강화시킨다." (에크하르트 톨레,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내게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지키려다가 남들의 가치를 깎아내리거나, 심지어 대척점에 두고 공격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종교가 신념이 될 때도 그렇고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 너무 귀해서 도저히 타협하거나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들. 나도 이러고 살지는 않는지 자주 성찰하면서, 존중할 줄 아는 너그러운 마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이들과 여전히 노력 중인 이들과 아직은 납득하지 못한 이들이 함께 살아가려면... 강추입니다.
p.17
"고기를 사고 싶다면,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할복할 것이냐 아니면 실제로 할복할 것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는 거였죠. 그렇게 멀리 와 있더란 말입니다."
p.73
"우리 어릴 적에야 이 패스트푸드 사원이 길모퉁이마다 있었잖습니까."
p.75
"잿빛 피부, 멍한 눈빛, 흐느적거리는 걸음과 단정치 못한 옷. 그렇게 생긴 건 채식주의자들뿐이죠. 육수맛내기가 말했습니다."
p.77
"아, 그래요! 동물들이 뭐가 어쨌다는 겁니까? 베르트가 흥분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놀라서 거리를 두고 그를 주시했습니다. 아직 고기를 먹던 때는 저도 흥분할 줄 알았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