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의 우물/요한 6장

요한 6,37 꽃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만을 위해서 피지 않는다

하나 뿐인 마음 2025. 5. 7. 14:33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시는 사람은 모두 나에게 올 것이고, 나에게 오는 사람을 나는 물리치지 않을 것이다. (요한 6,37) #dailyreading

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꽃이 피는 것이 아니듯, 구원도 알아듣고 바라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내게로 오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그분께 있으며, 나에게 오는 사람을 나는 물리칠 수가 없다.
 
내가 만나는 모든 환자가 큰 아픔을 겪거나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거나 기도를 간절히 원하지는 않는다.
어떤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곧 나을 것이기에 나의 기도를 기꺼이 반기지는 않을 수도 있고,
잠시이긴 해도 노는 시간을 굳이 멈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
때론 모든 것이 간절한 환자와 (내 눈에) 나일롱 환자와의 간격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언젠가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동생 수녀님이 '기도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에게 갈 필요가 있느냐'(이렇게 단호한 어조는 아니었고,  염려와 질문에 가까웠지만...)고 반문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는 사람에게만 간다면 가톨릭(보편)이 아니지!"라고 대답했지만
이 질문과 대답은 내 마음에 한동안 남아 있었다.
 
원목 수녀의 기도가 간절하건 건성이건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시는 사람은 모두 나에게 올 것이고
기도가 필요한 이에게는 필요한 만큼, 기도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 이들은 '기도를 모르는' 만큼
기도의 은총이 머무르리라 생각한다.
힘이 조금 빠지게 하는 분들을 만나는 것도 내가 할 일이고,
간절한 이들에게 매일 찾아가는 일도 내가 할 일이다.
 
... 묵상 시간에 마음 먹고 기도한 날은 그날의 묵상을 하느님이 마무리해주신다.
중환자실에서 울며 나오는 보호자들을 차례로 오래 만났고,
오늘따라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한참 들었다.
꽃피는 계절, 길을 걸으며
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꽃이 피는 것이 아니듯, 구원도 알아듣고 바라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것이 아니니
내 기도 역시 모두에게 가 닿아야 함을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