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이전의 책에서 논란이 된 부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분의 책은 너무 중요하다. '타인의 삶에 대해 판단할 때, 마땅히 지녀야 할 조심스러움'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특정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주변 사람 들과의 관계 속에서도요. 하지만 나에게 편견과 고집이 있다고 해서 공공장소에서, 사람들 앞에서 마구마구 말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타인의 삶에 대해 판단할 때, 마땅히 지녀야 할 조심스러움이라는 게 있잖아요. 저는 한국 사회에서 그 조심스러움이 너무 빨리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루어 낸 작은 성과들, 어렵지만 겨우겨우 버텨낸 무언 가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지 않으면 우린 항상 져요. 내내 초라해지고, 내내 지쳐요.
저는 역사의 일부 특별 한 순간을 빼놓고는 객관적인 조건이나 정세에서 뚜렷한 희망이 있었던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래요. 그렇다고 "희망이 없다"라고 말하는 건 무 책임한 일이지요. 희망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정세나 조건에서 나오는 게 아니에요. 희망은 어떤 에너지이고 의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다 열심히 해봤 는데도 세상이 바뀌지 않고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 같을 때, "세상에는 희망이 없어"라고 말할게 아니라 "나는 지쳤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한 것 같고 그러면 이다음에,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고 아직 그만큼의 좌절을 겪지 않은 다음 세대가 바통을 이어받아서 또 다른 싸움을 해줄 거라고 믿거든요. 그렇게 역사는 이어달리기처럼 연결되는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