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4,1-12 우리 기도의 시작과 마무리는 모두 십자가를 긋는 것입니다 (가해 부활 제5주일 레지오 훈화)

오늘 복음에는 제자 2명의 질문와 부탁이 나옵니다. 주님이 어디로 가시는지 알고 싶다는 토마스의 질문과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는 필립보의 부탁인데요, 이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대답하셨을까요?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5절)라는 토마스의 질문에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6절)라고 하셨습니다. 즉, 그 길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예수님을 통해서’라는 것이지요. 이제 필립보를 볼까요?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8절)라는 부탁에는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즉, 예수님을 보았다면 아버지를 이미 뵈었다는 거지요. 길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예수님을 통해서 가능하고, 아버지를 보는 방법도 예수님을 보면 되는 것, 즉 모든 답이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의 이 대답은 복음을 읽는 우리들에게도 큰 묵상 거리를 던집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삶의 해답이 당신에게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예수님을 따른다는 우리는 우리 삶의 해답이 예수님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요. 예수님을 통과하면 새로운 실마리가 보이는데도, 어쩌면 그 답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포기해야 하는 것들을 놓기 싫어서 실천하기를 두려워하거나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원하는 결론이 이미 있어서 해결 방법은 내가 결정하고, 그저 형식적인 기도를 보탬으로써 내뜻을 이루려고 하지는 않는지요.
우리는 기도할 때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통해서 모든 것을 이루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기도의 시작과 마무리는 모두 십자가를 긋는 것입니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해본다면, ‘예수님을 통해서라면 그 누구라도 아버지께 갈 수 있다.’입니다. 이번 한 주간, 십자가를 그을 때마다 모든 것을 예수님을 통해서 시작하고 마쳐야 함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