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의 우물/요한 6장
요한 6,37 함께 걸으면 #dailyreading
하나 뿐인 마음
2023. 4. 26. 08:44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시는 사람은 모두 나에게 올 것이고, 나에게 오는 사람을 나는 물리치지 않을 것이다. (요한 6,37) #dailyreading
이야기 나누며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다가 함께 걸어가면 그리 힘들지도, 크게 잘못 들어설 일도 없겠구나 싶었다. 내가 어떻게 걸어가도 물리치지 않으실 분인데, 혼자서 가려다 지쳐 머뭇거리고 비틀거리게 되는 건 아닌가도 싶었고.
본원 모임을 다녀왔다. 월요일은 늘 지친 상태라 모임을 가도 가만히 있고 싶고, 만사에 시큰둥하다. 어제도 그랬다. 동생 수녀님들이 하하호호 웃는 모습이 보기 좋기는 했지만 굳이 그 자리에 가고 싶진 않았다. 나는 좀 더 조용하게, 혼자 있고 싶었다. 모임 중에 나오는 이야기들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어떻게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보다 지금 주어진 것만이라도 지치지 않고 잘 해내기만을 바라는 내가 좀 부끄럽기도 했다. 이야기가 무르익어 힘들지만 그래도 해볼 수 있겠다며 지역을 나눠 함께 잘 해보자고 서로의 마음을 모을 즈음엔 멀찌기 앉아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하며 웃고만 있었던 나. 그날 밤 함께 사는 수녀님들과 뒤늦은 엠마오를 하기 위해 수성못을 걷다가, 내가 지친 이유는 다른 데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난 지금 함께 걸으면 더 좋은 길을, 혼자 걸으려다가 지쳐서 주저 앉고 싶은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