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食性 人間

나무처럼 살아간다

하나 뿐인 마음 2022. 10. 27. 21:52

리즈 마빈 씀. 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김현수 옮김. 덴스토리.
흔들리며 버티며 살아가는 나무의 지혜

모든 나무가 하나 같이 훌륭한 것이라기 보다는각각의 나무가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충실히 살아가기 때문에 그 모습 하나하나로부터 우리가 배울 것이 있을 것이다. 우리도 자신의 모습에 충실하게 살아갈 때, 나무에게서도 배울 줄 알 때, 흔들리며 버티며 이 삶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겠고.

휴가 첫날 처음으로 들른 서점에서 고른 책이다. 몇 권의 책을 고르면서 우리는 이 책만큼은 두 권을 골랐는데 후회하지 않는다. 말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두 손에 꼭 직접 쥐어 주고 싶은 선물이 있는 법이니까.

참, 책이 너무 예쁘다. 글도 내용에 따라 푸르거나 단풍 들거나 꽃이 핀다.


p.9
"나무들은 다른 나무들과 연대할 줄 알고, 위협을 당할 때는 그에 맞서 움직일 줄도 알며, 심지어 땅에 쓰러진 다음에도 온갖 현명한 방법들을 동원해 계속 삶을 이어나간다."

p.10
"인내는 기다림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피어나는 법. 이 진리를 몸소 체득한 것이 단풍나무다. (‘시작은 비록 미약할지라도’)"

p.13
"주목의 장수 비결은 천천히 자라는 대신 뿌리를 아주 널리널리 뻗어 내리고, 나무가 훼손될 경우를 대비해 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주목처럼 천천히 가도 좋지 않을까. (‘인내라는 미덕’)"

p.15
"얼핏 위로 쭉쭉 뻗은 사시나무의 몸통만 보면 각각 높다랗고 거만한 별개의 존재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땅 밑에서 뿌리가 서로 엮여 하나로 연결된 유기체다. 따라서 물과 중요한 영양분 근처에 단 한 그루만 서 있어도 괜찮다. 나머지 나무들과 그 좋은 것을 다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의 힘’)"

p.17
"우리는 종종 자립이 성공이 열쇠라고 생각하지만, 느릅나무는 알고 있다. 모든 것을 전부 혼자 해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는 걸. 애벌레가 공격을 해오면 그저 말벌 친구들을 부르기만 하면 된다. (‘필요할 땐 손 내밀기’)"

p.18
"미국 너도밤나무는 아름답고 매끈한 껍질을 발달시켰고 착생식물은 설 자릴 잃었다. 당신을 성가시게 하는 착생식물 같은 존재들이 있을까? 차분하고 한결같은 외피를 만들어가기 위해 의식적으로 애쓰다 보면, 그 누구도 함부로 침투하지 못하고 곧 떨어져 나갈 것이다.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p.20
"나무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기 위해 엽록소를 낭비하는 법이 없다.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성장에 집중한다. 겸손한 서어나무도 그렇다. 서어나무는 특별히 높이 자라지도 않고, 화려한 꽃을 피우지도 않으며, 달콤한 과일을 맺지도 않는다. 요란한 박수갈채 따위, 기대한 적 없다. 늘 건강하고 견고하게 수천 년 동안 자기 자리를 지켜왔을 뿐. (‘가장 나답게’)"

p.24
"버드나무는 지저분한 강기슭이나 더러운 강을 그냥 보고 넘기지 않는다. 버드나무만의 뿌리 체계를 통해 잘 바스러지는 토양을 단단히 떠받치고 강화해서 물속의 오염물질을 비료 역할을 하는 질산염으로 바꾸어준다. 나의 주변을 돌아보는 일이 곧 나를 돌아보는 일이다. (‘우리의 터전을 사랑하기로’)"

p.38
"전나무 같은 침엽수는 여유 있게 쉬어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있다. 이 나무는 활엽수 친구들과는 달리 1년 내내 솔잎을 유지하므로, 마음만 먹으면 겨울에도 햇살 좋은 날엔 광합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나무는 1년 중 이 시기만큼은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잎을 통한 수분 손실을 방지하는 데만 오롯이 집중한다. (‘휴식도 충실하게’)"

p.45
"건조하고 뜨거운 기후와 일반적으로 척박한 토양에서 살아가는 나무라면 자기의 안위를 돌보는 일이 최우선일 거라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올리브나무는 다른 어떤 나무보다도 에너지 함량이 높은 열매를 거의 1000살이 되도록 꾸준히 생산해낸다. 이 관대한 나무는 그렇게 신석기 시대 이후 지금까지, 열악한 기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먹거리와 약과 기름을 아낌없이 제공하며 살아왔다. (‘아낌없는 주는 나무’)"

p.55
"발삼전나무는 북쪽 지방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해냈다. 잎을 떨구지 않아서 1년 내내 광합성이 가능하고, 찐득찐득한 송진 같은 수액을 개발해 기온이 떨어져도 얼지 않도록 한다. 물론 변화가-사람에게든 나무에든- 다소 불편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불편함은 종종 성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걸 잊지 말기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요’)"

p.62
"넘어지고 쓰러지는 일도 삶의 일부다. 넘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긍정의 힘으로’)"

p.62
"이 나무는 가로로 누운 상태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구아레아는 어느새 쓰러진 몸통에서 새로운 싹을 틔워 올린 후 자기가 품고 있던 식량과 수분을 공급해준다. 이 ‘복제’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홀로서기 준비를 갖출 때까지. (‘긍정의 힘으로’)"

p.70
"너도밤나무는 사슴이 자신의 몸을 떼어 먹는 걸 감지했을 땐 타닌을 방출해서 아주 지독한 맛이 나게 하고, 단순히 바람에 잔가지가 부러진 경우엔 그 부분을 메우고 치유하는 데 필요한 호르몬을 생성해낸다. 그러니 우리도 너도밤나무처럼, 나의 한 곳이 부러진 이유를 먼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를 진짜로 힘들게 하는 건 무얼까’)"

p.75
"나무들처럼 우리도 가장 어려운 시기를 건강하게 버틸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해나갈 필요가 있다. 나무는 나뭇잎을 통한 수분 손실이 가장 큰데, 땅이 얼어붙어 있는 시기에는 부족한 수분을 다시 채울 수 없다. 게다가 마구 펄럭이는 나뭇잎은 겨울 강풍에는 악몽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황연목처럼 잎이 넓적한 활엽수들은 당분간 광합성을 포기하고 적절한 때에 나뭇잎을 떨어뜨린다. (‘계절의 변화에 발맞추기’)"

p.76
"사람들처럼 나무도 관계 속에서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과학자들은 미송 같은 나무들이 잠정적으로 서로의 햇빛을 가리게 될 상황을 감수하면서 왜 가깝게 붙어 자라는지 의아해했다. 알고 보니 토양 속 곰팡이의 도움으로 나무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영양분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송은 이런 관계망을 통해 다음 세대 나무들을 길러내고, 심지어 공동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무라면 땅에 쓰러진 그루터기까지도 살린다. 그때의 공동체란 단지 미송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은 다른 이웃들도 기꺼이 돕는다. 그들과 다른 종의 나무들까지도. (‘공동체와 함께하는 삶’)"

p.85
"우리 모두 커다란 숲에 있는 작은 묘목에 불과하다고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한 줌의 햇볕 정도는 마음껏 누릴 수 있다고 느끼기 시작할 때 아래쪽에서 자라나고 있는 어린 존재들을 잊어선 안 된다. 사탕단풍 같은 삼림지대의 나무들은 혹여 음지에서 힘겹게 분투하고 있을 어린 세대들을 위해, 땅밑의 연결망을 이용하여 당분을 전달한다. 그러니 주변을 한번 돌아볼 것. 당신의 숲에도 작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이가 있지는 않은지. (‘다음 세대 돌보기’)"

p.89
"물푸레나무는 가장 튼튼한 축에 속하는 목재를 만들어내고 성장 속도도 무척 빠르다. 그러나 봄이 되어도 제일 먼저 잎을 틔우려고 서두르지 않는다. 물푸레나무의 나뭇잎 지붕은 다른 나무들보다 훨씬 성글어서 부분부분 햇빛이 드는 나무 그늘 아래에 다른 식물들이 자랄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장점이 있다’)"

p.94
"우리들에게는 잎을 떨구는 일이 쉬워 보일 수 있으나, 실은 무척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오크나무처럼 가을에 잎이 갈색으로 변하는 나무들은 영양분을 다시 몸통에서 흡수한 다음,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에 세포로 장벽을 세우고 나서야 잎을 떨어뜨린다. 제법 진이 빠지는 과정이다. (‘한가한 시간 최대한 활용하기’)"

p.99
"잘 살아가기 위해서 꼭 제일 크거나, 제일 강하거나, 제일 많은 꽃을 피울 필요는 없다. (‘내가 잘하는 것에 감사하기’)"

p.100
"나무들은 정말로, 정말로 곧게 자라길 원하지만, 산사나무처럼 강인한 나무들은 훤히 노출된 장소에서 곧게 자라는 것이 어려운 일이란 걸 깨끗이 받아들인다. 산사나무는 땅으로 쓰러지지 않고 버티려고 몸통을 뿌리 반대쪽으로 튼다. 그렇게 균형을 잡아 폭풍에 넘어지기 어려운 형태를 이루어낸 의지의 나무다. (‘폭풍을 이겨내는 법’)"

p.121
"“나무는 자신이 기대는 방향으로 넘어진다”라고 닥터 수스는 말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옳은 방향으로 기대고, 좋은 사람들에게 의지해야 한다."

p.125
"라일락은 좋은 일에 집중하려는 마음가짐이 행복의 길로 들어가는 첫걸음임을 알고 있다. 이 작은 나무는 때로 척박한 토양 위나 오염이 심한 도시 한복판에 서 있기도 하지만, 매년 2주 동안 심장이 터지도록 활짝 꽃을 피운다. 그렇게 피어난 아름답고 촘촘한 꽃송이들이 수많은 벌과 나비를 불러 모은다. (‘행복은 선택하는 것’)"

p.126
"마호가니고무나무는 고향 땅인 호주에 들불이 나더라도 나무의 몸통만 살짝 덥히는 정도로 빨리 지나갈 거라 낙관한다. 그러나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면 바로, 지면 바로 밑에 리그노튜버라 알려진 영양소 저장고 패를 꺼내 든다. 나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곁의 다른 나무가 대신 그 영양소에 의지해 삶을 이어갈 수 있다. 나무의 손상이 덜한 경우, 나무 밑동에 보호하고 있던 새싹을 틔워 올리기도 한다. (‘궂은 날에 대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