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화가 난다

마야 리 랑그바드 지음. 손화수 옮김. 난다.
이것은 뜨겁고도 서늘한 르포르타주.
이것은 무자비한 문장과 문장 사이.
이것은 무신경한 띄어쓰기.
이것은 눈을 감았기에 내게 남은 잔상(殘像).
이것은 외면했기에 너에게 남은 잔상(殘傷).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다가 썼던 모든 메모를 지웠다. 그리고 이 책을 내 곁에 두지 말고 누군가에게라도 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내 곁에 머물지 말고 떠나가 부디 읽히길, 그에게 잔상이 남길, 우리가 잔상을 남겼음을 깨닫길 바라며…
p.18
"여자는 자신이 수입품이었기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자신이 수출품이었기에 화가 난다.
여자는 어린이를 입양 보내는 국가는 물론 입양기관도 국가간 입양을 통해 돈벌이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p.18
"여자는 미국 입양기관인 국제홀트아동복지회에서 북한을 비롯해 아이들을 모집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는 소문에 화가 난다."
p.21 ~ p.22
"그들은 산업화가 되어버린 국가 간 입양 대신, 친부모가 아이를 직접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도 있다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p.25
"여자는 동성애자의 입양할 권리에 관해 덴마크에서 열띤 토론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권리라는 단어가 쓰였다는 사실 자체에 화가 난다. 여자는 친부모가 자식을 키울 수 있는 권리를 간과하는 사회에 화가 난다."
p.30
"여자는 자신이 친부모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비록 여자가 직접 입양되기를 선택한 건 아니지만, 친부모보다 나은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에 가책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여자는 입양인들이 친부모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다는 이유로 얻는 죄책감은 타국으로 이주해 사는 난민이 갖는 감정과 비슷하다고 말했던 한 심리학자의 말을 기억한다. 타국으로 이주해 더 나은 삶을 살게 된 난민들은 고국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가책을 느끼기 마련이다. "
p.90
"여자는 자신이 화가 난다는 것을 알기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자신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누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p.151
"여자는 국가 간 입양시 입양인의 모국을 ‘기부국’이라 칭하는 AC아동구제기관에 화가 난다. 여자는 국가 간에 입양이 이루어질 때 얼마나 많은 돈이 연루되는지 안다면 아이를 기부한다거나 제공한다는 등의 말을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p.215
"여자는 미혼모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화가 난다. 여자는 한국 정부가 국내입양을 권장하는 만큼 미혼모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216
"여자는 한국의 입양법에 ‘촉진’이란느 단어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입양은 촉진되어서도 안 되고, 정부 차원에서 촉진해서는 더욱 안 된다."
p.217
"여자는 아이를 입양한 부부가 매달 수령하는 지원금이 미혼모가 수령하는 지원금보다 두 배가 더 많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미혼모들은 월 소득이 최저 소득 수준 이하일 경우, 정부로부터 매달 5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입양가족은 월소득에 관계없이 매달 10만 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