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의 우물/마태오 23장

마태 23,26 먼저 잔 속을 깨끗이 하듯, 매일 새벽마다 제일 '먼저' 맑은 그분 앞으로 가자 #dailyreading

하나 뿐인 마음 2022. 8. 23. 19:44

Girl before a mirror by Pablo Picasso

먼저 잔 속을 깨끗이 하여라. 그러면 겉도 깨끗해질 것이다. (마태 23,26) #dailyreading


내 선택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 봐야 한다. 말로는(생각마저도) 중요하다고, 우선 순위라고 하면서도 번번이 뒤로 밀쳐두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실제로 앞세우는 것은 무엇인지를 들여다 봐야 한다.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애써 감추는 아픔이 있다면 과감하게 드러내지는 못할지라도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 차마 말 못할 잘못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터놓지는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그분께로 나아가 화해하고 털어내야 한다. 

 

이 삶을 살아서인지 내가 본디 이런 사람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남보다 '나 자신'에게 더 흔들린다. 이런 나를 남이 알까봐 두려운 것보다 내가 나를 모를까봐 더 두렵다. 맑은 거울처럼 나를 비추시는 그분 앞에 서서, 울고 있는 나 자신을 내가 몰라보고 겹겹이 두른 겉옷자락 속 내 얼굴을 낯선 사람을 보듯 보고 있을까봐 말이다. 살면 살수록 '내'가 두렵다. 아집에 빠져 초라하고 딱한 노인이 될까봐 두렵다. 

 

그러니 먼저 잔 속을 깨끗이 하듯, 매일 새벽마다 제일 '먼저' 맑은 그분 앞으로 가자. 하루에도 수시로 그분 앞에 앉자. 내가 원하는 나 말고 그분이 보여주시는 나를 마주하고, 조용히 나를 내려놓고 내 십자가를 지고 또 지자. 거울처럼 마주하게 되는 타인 속에서 내 진짜 모습을 발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