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24,13-35 엠마오로 가던 길에서 만난 예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복음이다. 엠마오 장면은 언제나처럼 예수님의 행동 하나하나를 마음 속으로 그려본다.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15절); 예수님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내 생각에 빠져 조급하게 나의 길을 갈 때, 오히려 우리에게 가까이 오셔서 우리와 함께 걸으시는 분.
물으시자(17절); 예수님께 물어볼 생각조차 못하는 우리에게 오히려 물어보시는 분. 어리석은 우리의 두서 없는 대답도 들어주시는 분.
이르셨다(25절); 어리석고, 알아보지 못하고, 믿는데 굼뜨기까지 한 제자들을 꾸짖기보다 차근차근 가슴이 뜨거워져 타오를 때까지 설명해 주셨다(27절)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29절); 더 멀리 가셔야하지만(28절),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 붙드는 한 마디에 당신의 갈길을 멈추시고 함께 머물러주시는 분.
앉으셨을 때(30절); 우리와 기꺼이 한 자리에 앉으시는 분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30절);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시고 당신 자신을 떼어 나누어주시는 분.
사라지셨다(31절); 좁디 좁은 우리 가슴을 마다치 않으시고 기꺼이 이 비좁고 남루한 가슴 속에 거처를 마련하시는 분....
그리고,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32절)
어디 내 마음만 타올랐겠나.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던 것처럼, 나도 도망치고 싶었던 상황으로 외면하고 싶은 일상의 도전으로 내가 가야할 그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나만 타오르지 않기 위해서. 나만 그분을 알아보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