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 contemplativa
평지에도 기울기가 있다
하나 뿐인 마음
2020. 10. 30. 11:25

휠체어로 다니다 보니 평소 평지라 부르던 길도 경사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눈에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오르막일 땐 힘들고 내리막일 땐 편하다. 분명 내리막인데도 내가 지나는 그곳만 오르막일 수도 있고, 오른손만 열심히 움직여야 겨우 앞으로 갈 수 있는 곳도 있었다. 그래, 경사 없는 길이 얼마나 되겠어.
상대를 볼 때도 그렇겠지. 그 길을 걷고 있는, 걸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기울기.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오르막을 걷는 사람에게, 평지를 걷듯 힘내라고 말해선 안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