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2

조나단 가르니에 글. 로니 호틴 그림. 북극곰.
어제 뜨개질을 하다가 문득, 나의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구나, 엄마도 나처럼 이렇게 뜨개질을 했을 테지 싶었다. 그리고 밤에 머리맡 전등을 켜고 모모를 읽었다. 아주 조그만 아기 때부터 우리는 그 시간을 살면서 조금씩 크고 있었다. 아이는 알 수 없고 어른만 알고 겪는 일이 어디 있으랴. 아직 어린 사람은 어린 사람대로, 제법 큰 사람은 제법 큰 사람대로 그 시간을 지나고 겪으며 어른이 되어간다. 당사자는 당사자대로, 친구는 또 친구대로...
모모와 프랑소와즈, 트리스탄이 주고 받는 두 페이지의 대화가 너무 좋았다. 몇 번을 읽어 보고 아예 그 페이지를 편 채 책을 잠깐 끌어 안았다. 아빠 품에 안겨 활짝 웃던 모모 얼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모모, 내 말 잘 들어봐. 할머니는 처음부터 할머니가 아니었어.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한 후에 할머니가 되셨단 말이야! 처음엔 할머니도 너처럼 작은 꼬마였지. 아마 너처럼 고양이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말괄량이였을 걸"
"할머니는 처음부터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너처럼 작은 아기부터 시작하셨어. 그러다, 젊은 아가씨였을 때 네 할아버지를 만나 사랑에 빠졌겠지. 그 사랑 덕분에 네 아빠가 태어나고, 아들이 자라는 걸 보셨고, 그 다음엔 손녀인 네가 태어나고 자라는 것도 보셨지. 할머닌 그 많은 것들을 지켜보시면서 행복하셨을 거야. 할머니 인생은 절대 헛되거나 지루하지 않았어. 틀림없어."
"하지만 할머니도 지치신 거지, 그리고..."
"할머니가 다시 올까?"
"아니, 다시 돌아오시진 않아. 하지만 네가 있잖아. 네가 할머니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게, 할머니를 기억하고, 할머니가 가르쳐준 것들을 되새기며 살면 돼."
"내가 할머니한테 감자 춤 가르쳐주고, 할머니가 나한테 완두콩 춤 가르쳐준 것처럼?"
"그래, 바로 그거야!"